중국의 신인 여배우 장혜문(장후이원·21)에겐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첫 방한이라는 이유도 있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배우로서 영화제에 참석한 자체가 그에겐 신기하고 재밌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장예모(장이머우·64) 감독의 신작 ‘5일의 마중’을 통해 갓 데뷔한 장혜문은 아직 귀여운 소녀였습니다. 4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월석아트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만난 느낌은 그랬습니다. 장 감독, 장자오 프로듀서, 이용관 영화제 집행위원장과 함께 등장한 그는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회견장에 들어섰습니다.
이들은 자리에 착석한 뒤 먼저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장혜문은 “이번에 처음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참가했는데 여러분을 만나게 돼 기쁘다”며 입을 뗐습니다. 이어 “부산에서 좋은 경험을 많이 했고, (부산은) 정말 좋은 곳인 것 같다”면서 활짝 웃었습니다. 왠지 귀여운 첫 인사였죠.
본격적인 회견이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취재진의 질문은 장 감독에게 쏠렸습니다. 낯선 신예보다 거장을 내놓은 신작이 취재진 관심사였던 겁니다. 영화 배경과 주제 설정에 대한 것은 물론 감독의 사생활과 차기작에 대한 질문까지 나왔습니다. 영화 주연배우인 톱배우 공리에 대해서도 물었죠.
그렇지만 장혜문은 회견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었습니다. 사진 기자들의 카메라 후레시가 수시로 터졌기 때문이죠. 예쁘게 찍히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장혜문은 연신 미소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여기저기를 바라봤습니다. 그 모습이 또 귀엽더군요.
기자회견이 끝난 뒤 장혜문과 장 감독 등 인터뷰이들이 먼저 퇴장했습니다. 취재진들도 하나둘 짐을 챙겨 행사장을 빠져나갔지요. 텅텅 빈 행사장. 저와 몇몇 기자만이 남아있었습니다. 회견 내용을 정리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20여분 지났을까요? 무대 뒤에서 장혜문이 다시 걸어 나왔습니다. 미소를 가득 띈 얼굴로 개인 스태프와 함께 무대에 올랐습니다.
의아해하던 순간, 웃음이 나왔습니다.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던 겁니다. 장혜문이 ‘2014 BIFF’ ‘부산국제영화제’라고 적힌 빨간 바탕의 벽 앞에 서서 포즈를 취하자, 스태프는 스마트폰을 들고 그 앞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앉았다 일어섰다 위치도 바꿔가며 여러 차례 촬영 버튼을 눌렀습니다.
다시 무대 뒤로 들어가면서는 근처에 있던 국내 관계자들 사진촬영 요청에 흔쾌히 응했습니다. 친절하고 상냥했습니다. ‘5일의 마중’에서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을 선보여 중국 영화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장혜문. 톱스타가 된 훗날 이런 모습을 또 볼 수 있을까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