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스케치] 요란하지 않은 영화제, 떠들썩하지 않은 부산…그게 반가운 이유

[BIFF-스케치] 요란하지 않은 영화제, 떠들썩하지 않은 부산…그게 반가운 이유

기사승인 2014-10-06 21:09:55

서울역에서 KTX를 탔다.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3시간여쯤 지났을까. 열차는 어느새 부산역에 도착해있었다. 역 밖으로 나서 주위를 한번 둘러봤다. 큰 축제가 열리는 도시의 떠들썩함을 기대했으나 예상은 빗나갔다. 제각기 목적지를 향해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영화제가 열리는 센텀시티로 향했다.

도시 분위기를 느끼려 지하철대신 버스를 택했다. 부산역에서 센텀시티까지는 한번에 갈 수 있는 버스노선이 있었다. 버스창밖 풍경엔 부산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이 펼쳐졌다. 목적지 역에 내리자 축제 분위기가 좀 느껴졌다.

영화제가 개막한 2일 행사장 주변은 북적거렸다. 영화계 스타들이 한데 모이자 수많은 관중이 동원됐다. 팬들과 취재진 4000여명이 몰렸다. 개막식이 열린 영화의 전당 주변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열기는 예매 경쟁으로 이어졌다. 현장예매분을 사려는 사람들은 티켓 예매소 앞에 돗자리를 펴고 밤을 지새웠다.

예매 전쟁은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100여m가 넘는 줄이 끝을 모르게 늘어섰다. 그런데 열기는 오후 들면서 조금씩 식었다. 몰려든 인파가 서서히 줄었다. 그 이튿날인 4일 낮엔 다소 한산한 느낌마저 들었다. 매표소 앞엔 삼삼오오 모인 관객들이 시간표를 훑어보고 있었다. 영화의 전당 내부에 따로 마련된 매표소에서 역시 분위기는 비슷했다.



조금 지루해져 장소를 옮겼다. 해운대 비프빌리지로 향했다. 도착했을 땐 배우 최민식의 오픈토크 이벤트가 막 시작되고 있었다. 백여명이 넘는 관객이 모래사장 입구 한켠에 마련된 무대 앞에 모여 앉아있었다. 뒤편엔 취재진들이 카메라를 설치하고 대기했다. 최민식에 등장할 때 장내에 잠시 소란이 일었으나 본격적인 토크가 시작되자 차분해졌다.

진행을 맡은 기자들이 하는 질문마다 최민식은 최대한 성실하게 답변했다. 막바지엔 관객들이 질문하는 순서도 있었다. 관객들은 “평소 주위 사람을 아끼는 것으로 알려진 최민식에게 사람이란 어떤 의미냐” “영화 명량에 천행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본인이 천행이라 느낀 순간은 언제였는가”라는 등의 진지한 질문을 건넸다. 1시간여동안 관객과의 진솔한 대화가 이뤄졌다.



해가 저물고 다시 영화의 전당으로 돌아왔다. BIFF 야외극장에선 프랑스 영화 ‘고백의 시간’이 상영됐다. 시작할 때 잠시 술렁였던 분위기는 이내 수그러들었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야외 스크린 앞에 모인 관객들은 점점 영화에 빠져들었다.

이들을 바라보며 문득 BIFF의 현재를 생각했다. 1996년 9월 시작한 영화제가 어느덧 19회째를 맞았다. 초기엔 어려움도 많았으나 각계의 노력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이젠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대의 영화 축제라는 평을 듣는다.

영화 팬들의 관심은 높다. 하지만 대중에겐 그만큼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이번 해의 경우 아시안게임 등 여타 사회 이슈와 맞물려 더욱 시선을 덜 받고 있다.

그러나 실망스럽지만은 않다. 영화제가 탄탄하게 자리 잡은 느낌 때문이다. 열흘간 수많은 관객들과 나누는 312편의 다른 이야기. 요란하지 않고 소란스럽지 않아도 편안한 느낌이 반갑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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