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지난 11일 열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가시적인 성과는 나쁘지 않다. 역대 최다관객인 22만6473명을 모았다. 영화제 기간동안 진행된 아시아필름마켓에는 51개국 796개 업체 1566명이 참가했다. 마켓배지 등록자 수는 전년대비 23% 증가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호응은 이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영화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눈에 띄게 줄었다. 홍보는 활발히 이뤄지지 않았고 그만큼 ‘그들만의 축제’가 됐다는 것이다.
영화제 진행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꼼꼼히 준비해 손님들을 맞았다. 그러나 영화제는 인터넷 등에서 큰 화제를 일으키지 못했다. 현장 분위기 역시 차분했다. 부산 시민 사이에서도 긍정적이지 않은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원인은 어디에 있는 걸까.
‘하필 아시안게임이…’
영화제는 지난달 19일부터 지난 4일까지 치러진 제17회 인천아시아게임과 일정이 겹쳤다. 물론 실제 겹친 날은 3일이다. 그러나 아시안게임 열기가 한창 달아올랐을 때 개막한 영화제는 그만큼 시선을 덜 받았다. 대회 막바지에 결승 경기가 몰리며 금메달이 쏟아진 영향도 있다. 게다가 3일엔 대회 최고 스타 손연재가 한국 리듬체조 사상 첫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대중의 시선은 자연히 부산보다 인천을 향했다.
‘상영작 사전검열…?’
영화제 최대 이슈는 ‘어떤 작품이 어떻더라’는 등의 얘기가 아니었다. 영화 ‘다이빙벨’이 상영작으로 선정되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전남 진도 팽목항의 모습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은 영화. 이를 두고 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은 서병수 부산시장이 “정치적인 목적을 갖고 영화제 중립성을 훼손하는 작품”이라며 상영 반대 의견을 표명해 논란이 일었다. 이용관 집행위원장 발언까지 더해졌다. “다이빙벨이 상영되면 (문화체육관광부 측이) 국고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했다는 얘기가 전해진 것이다. 사전검열 논란은 국정감사로 이어져 여아갈등으로까지 번졌다.
‘스타들, 빛났지만…’
영화제에는 수많은 영화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국내외 유명감독들은 물론 배우들도 함께 했다. 그런데 눈에 띄게 주목을 끄는 이는 많지 않았다. 중국 여배우 탕웨이가 그나마 관심을 끌었다. 1800만 관객에 빛나는 ‘명량’의 최민식도, 파격 연기변신을 한 ‘마담 뺑덕’의 정우성도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내진 못했다. 최근 이들의 언론노출이 잦았던 이유도 있다. 그러나 이는 영화제 자체에 대한 낮은 관심을 방증한다.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외에도 여러 말들이 오간다. 일각에선 과거에 비해 개·폐막작의 주목도가 별로였다는 얘기가 나왔다. 신선하지 않은 이벤트나 행사 등은 매너리즘에 빠진 게 아니냐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아시아 최대 영화제로 굳건히 자리 잡은 안정감은 반갑다. 영화제는 전반적으로 무리 없이 치러졌다. 아쉬움이 남았다면 되풀이되지 않으면 될 일이다. 또 한걸음 발전할 내년 영화제가 벌써 기다려진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