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과 선수 간 충돌을 보다 못한 롯데 자이언츠 팬들이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섰다. 한화 이글스와 기아 타이거즈에 이어 세 번째다. 한화 팬들은 김성근 감독 선임을 이끌어 냈고, 기아 팬들은 선동열 감독의 재계약을 반대해 6일 만에 사퇴하게 했다.
지난 28일 부산 사직구장 앞에는 마스크를 쓴 한 팬이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옆에는 장례식장에서 볼 수 있는 조화가 세워졌다. 조화에는 ‘로떼 야구는 죽었다. 프런트든 선수든 야구하기 싫으면 떠나라’라는 글귀가 적혔다. 피켓에는 ‘무능한 장수는 적보다 무섭다’며 구단 핵심 인사의 퇴진을 요구하는 문구가 적혔다. 최근 구단과 선수단 사이 도를 넘은 내홍이 벌어지자 일부 롯데 팬들이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또한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청원 게시판에 구단 수뇌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30일 6시 기준 6500명이 넘는 인원이 서명했다.
야구 팬들이 구단 측에 요구사항을 내걸고 집단 움직임에 나선 건 올해만 벌써 세 번째다. 앞서 한화 팬들과 기아 팬들도 인터넷 청원, 동영상 제작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구단을 압박했다.
과거에도 팬들의 시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버스를 가로막거나 경기에 패한 책임을 묻는 ‘청문회’를 요구하는 일도 있었다. 2002년과 2011년 김성근 감독이 각각 LG와 SK 감독에서 물러났을 때도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그런데 차이점이 있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요구를 묵살하는 경우가 잦았다. 하지만 올해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김 감독의 선임과 선 감독의 사퇴는 팬심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성적지상주의’에서 ‘팬 중심주의’로의 변화는 프로야구의 산업 발전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롯데 팬들이 집단 움직임에 나선 건 최근 구단과 선수단 사이에 벌어진 극심한 내홍 때문이다. 지난 17일 롯데 김시진 감독은 정규시즌 최종전인 LG 트위스와 경기를 앞두고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해서 사퇴했다. 이후 새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쌓여왔던 내부 갈등이 밖으로 터져 나왔다. 지난 27일 롯데 선수들은 새 감독 후보로 거론되고 있던 공필성 코치의 감독 선임을 결사반대했다. 뒤이어 29일 선수단은 “이 부장이 오고 난 뒤 ‘이문한 라인’이 형성됐고, 선수 간 이간질을 시켰다”며 이문한 운영부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현재 법정 소송 전으로 번져 갈등의 해소가 쉽지 않은 상태다.
한화와 기아에 이어 롯데 팬들도 릴레이 1인 시위로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지 지켜볼 문제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