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극장가엔 다양한 장르의 한국영화들이 포진해있다. ‘우리는 형제입니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레드카펫’ ‘제보자’ ‘나의 독재자’ 등 기대 속에 개봉한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개봉 첫 날부터 이들 모두를 누르고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는 영화가 있다. 할리우드 스릴러 ‘나를 찾아줘’다.
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이 발표(2일 기준)한 순위에 따르면 ‘나를 찾아줘’는 점유율 33.6%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23일 개봉한 영화는 일별 박스오피스 정상을 한 번도 내주지 않았다. 지난 주말에만 35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100만 고지를 넘어섰다. 현재까지 집계된 누적관객수는 122만6438명이다. 미국에선 이미 1억2000만 달러(약 1265억6400만원) 이상의 흥행수입을 거뒀다.
영화는 대대적으로 홍보하지도 않는다. 직접 관람한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인기의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탄탄한 스토리
작품은 동명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했다. 원작부터 인기가 대단했다. 미국 구매사이트 아마존에서 8000여개가 넘는 리뷰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이런 작품을 영화로 만들면서 원작 작가가 직접 참여했다. 길리언 플린이 각본을 맡아 완성도를 높였다. 149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동안 긴장감 있는 전개를 쉬지 않고 이어간다.
예상치 못한 전개
영화는 닉 던(벤 애플렉)과 에이미 던(로자먼드 파이크) 부부가 겉으론 완벽해 보이는 결혼생활을 이어가던 중 아내가 갑자기 실종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전개는 촘촘하고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처음엔 단순한 실종사건이었다, 하지만 각종 증거들이 발견되며 남편이 살인범으로 몰리게 된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숨겨진 음모들이 하나 둘 드러날 때마다 관객들은 재미를 느끼게 된다.
반전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연출력
영화 홍보물에 적힌 ‘사라진 아내를 찾습니다’ ‘저는 아내를 죽이지 않았습니다’라는 문구들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는 반전에서의 놀라움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나를 찾아줘’는 극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반전의 순간이 전반부에 배치됐다는 점이 특이하다. 또 하나 놀라운 건 이후에도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크고 작은 반전들이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계속 이어진다.
여기서 데이빗 핀처 감독의 내공이 느껴진다. 감독은 ‘파이트 클럽’(1999) ‘패닉 룸’(2002) ‘조디악’(2007)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8) ‘소셜 네트워크’(2012) 등을 연출한 실력파다.
이번 작품 ‘나를 찾아줘’에서도 진실이 밝혀지고 또 한편으론 숨겨지는 과정을 설득력 있는 구성으로 담아냈다.
흥행기록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극장가 비수기에 찾아온 외화의 기세가 심상찮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