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0으로 끝났다면 손승락과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양분했을 호투였다. 하지만 최형우의 한 방에 모처럼의 호투도 묻혀버리고 말았다.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넥센 히어로즈의 선발 투수 헨리 소사는 리그 최강을 자랑하는 삼성 라이온즈 타선을 6.2이닝 동안 4피안타(3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전매특허인 강속구는 최고 157㎞에 달했고, 146㎞까지 나온 슬라이더도 일품이었다.
특히 염 감독의 ‘말을 잘 들은’ 적극적인 피칭이 돋보였다.
염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오늘 소사의 관건은 ‘초구 스트라이크’를 얼마나 잘 잡느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사도 이를 의식했는지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초구 타격이 나온 4번을 제외하고 총 24명의 타자를 상대하면서 16명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특히 삼성 타선이 1번부터 9번까지 첫 일순이 됐을 때 소사는 초구 타격 1번(2회말 박해민)을 제외하고는 타자 8명에게 모두 초구 스트라이크에 성공했다.
염 감독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잘 잡은 게 오늘 소사 호투의 원동력”이라며 “소사는 오늘 최고의 피칭을 했다”고 칭찬했다.
소사는 지난 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차전에서 염 감독의 ‘말을 안 들었다가’ 패배를 자초한 바 있다.
당시 삼성의 1번 타자 야마이코 나바로는 소사를 상대로 2루타, 홈런을 연이어 터뜨리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고, 이에 대한 원인은 염 감독의 경기 후 인터뷰에서 드러났다.
염 감독은 “소사에게 나바로는 어렵게 가자고 주문했는데 본인 승부욕에 그러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나바로가 정규시즌에서 소사에게 10타수 5안타 5타점으로 강했던 걸 고려한 지시였지만 따르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 날은 감독이 원한대로 모든 게 잘 됐다. 9회말 유격수 강정호의 실책에 이어 마무리 손승락이 최형우에게 맞은 끝내기 안타 하나만 빼고 말이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