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톱배우 브래드 피트(51)가 13일 다시 한국을 찾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011년과 지난해에 이어 세 번째다. 물론 이유가 있다. 영화 홍보를 위해서다. 내한 소식만으로도 그의 새 영화 ‘퓨리’를 향한 기대는 치솟았다. 해외에선 이미 호평이 쏟아졌다. 무성한 이야기들의 실체가 궁금했다.
‘퓨리’는 11일 국내에 첫 선을 보였다.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는 수많은 기자들이 모였다. 영화를 향한 높은 관심을 짐작케 했다. 20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는 미국에선 지난달 17일 이미 개봉했다. 개봉직후 현지에선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이은 최고의 전쟁영화”라는 찬사가 나왔다.
왜 이런 반응이 나왔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얼마 전 애국 감성을 자극해 국내에서 기록적인 흥행을 한 ‘명량’을 떠오르게 한다. 퓨리를 본 미국 관객들 역시 그와 비슷한 느낌이지 않았을까. 어렵지 않게 공감이 된다.
영화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막강한 독일군에 맞서는 미국 전차부대의 이야기다. 이들은 독일군에 비해 성능이 월등히 떨어지는 탱크를 탄다. 시시각각 벌어지는 크고 작은 전투 속에 동료들은 속절없이 죽어나간다. 하지만 몇 대 남은 탱크로도 물러서지 않는다. 이 모습이 어딘지 익숙하게 느껴진다.
탱크 ‘퓨리’에는 다섯 명이 오른다. 리더 워 대디(브래드 피트)와 그를 따르는 4명의 대원 노먼(로건 레먼), 바이블(샤이아 라보프), 고르도(마이클 페나), 쿤 애스(존 번탈)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무장한 워 대디는 퓨리뿐 아니라 전부대를 통솔한다. 인간의 목숨이 한낱 총알 한 발에 결정되는 비정한 전쟁통. 그 안에서도 그는 인간미를 놓치지 않는다. 잔뜩 겁에 질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신병 노먼을 성장시켜나가는 과정이 인상 깊게 그려진다. 막다른 상황에 처해 최후의 전투를 나서는 대목 역시 낯설지가 않다.
‘밀고 당기는’ 전개도 명량과 비슷하다. 초중반부에는 약간의 지루함이 있다. 하지만 관객이 나른해질 때쯤이면 이내 시원한 전투신이 등장한다. 할리우드 영화다운 꽤 괜찮은 액션을 보여준다. 특별하게 보이는 건 화면구성이다. 한 화면에 동적이고 정적인 영상을 함께 담아 불안정한 분위기를 살려 전달한다.
북미 영화정보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퓨리는 미국에서 7000만 달러(약 767억원)에 육박하는 누적 수익을 거뒀다. 브래드 피트가 제작에도 관여한 영화다. 한국을 찾는 그의 마음가짐엔 남다른 뭔가가 있을 것이다.
피트는 ‘머니볼’(2011) 홍보 차 처음 내한했지만 흥행에 참패했다. ‘월드워 Z’로 지난해 다시 내한한 뒤에는 달랐다. 520만명 관객을 모은 영화는 피트의 국내 개봉작 중 최고 성적을 냈다. 이번 영화 퓨리는 어떨까. 흥행 면에서도 할리우드판 ‘명량’이 될 수 있을까.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