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리 5형제’까지만 바른생활 사나이 하겠습니다. 다음부터는 색다른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어요. 가장이 될 사람으로서 앞으로 영화 계속 찍고 싶습니다. (웃음)”
이번에도 바른생활 사나이다. 배우 윤상현(41)은 덕수리 5형제(감독 전형준)까지만 이런 역할을 맡겠다고 했다. 극중 수교(윤상현)는 융통성 제로에 앞뒤 꽉 막힌 바른 생활 윤리 선생님이다. 드라마 ‘내조의 여왕’ ‘너의 목소리가 들려’ 속 캐릭터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본인 입장에서는 안전한 선택을 한 것일지도 모른다. 비슷한 역할을 선택해 영화에서 흥행 하고 싶지 않았을까. 그래서 아쉬운 점이 많다.
영화는 만나기만 하면 물고 뜯고 싸우는 5형제가 부모님 실종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합동 수사 작전을 벌이는 이야기를 그렸다. 충남 태안군 덕수리를 배경으로 오합지졸 5형제가 펼치는 스토리는 분명 관객의 흥미를 끌 만하다. 마을 이름을 따서 ‘독수리’가 아닌 ‘덕수리 5형제’라고 지은 것도 재밌다.
그런데 5형제 캐릭터는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수교는 어수룩하지만 내면의 듬직함을 잘 표현했다. 빵 터지는 웃음은 없고 잔잔한 미소를 짓게 한다. 둘째 동수(송새벽)는 말끝마다 욕을 하고 형제들과 소리 지르며 싸우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감독이 송새벽의 장점을 제대로 활용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현정(이아이)은 몸에 섹시와 애교가 묻어있다. 동수가 맨날 “야동 찍냐?”며 “옷 좀 갈아입어!”라고 한다. 90년대 영화에서 자주 볼 법한 캐릭터다. 넷째 수근(황찬성)과 다섯째 수정(김지민)은 비교적 안정적인 연기를 펼쳤다. 정의감 넘치는 동네 순경(이광수)의 변신이 눈여겨볼 만하다. 영화의 반전을 쥐고 있는 인물이다.
덕수리 5형제는 소소한 장점을 가진 영화지만 전체적으로 촌스럽다. 애니메이션 ‘독수리 5형제’ 주제가가 나올 때는 헛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오히려 엔딩크레딧에서 카메오로 출연한 안영미, 닉쿤, 김광규 등이 웃음을 준다.
덕수리 5형제는 윤상현이 2012년 ‘음치클리닉(감독 김진영)’ 이후 2년 만에 선택한 작품이다. 전형준 감독은 이 영화를 5년 동안 준비했다고 했다. 윤상현 말대로 송새벽 역할을 했으면 달라졌을까. 참 많이 아쉽다.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질 정도다.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