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도 너무 많았다. 영화 ‘상의원’(감독 이원석)은 조선 최초 궁중 의상극으로 제작 당시부터 관심을 모았다. 배우 한석규 고수 박신혜 유연석 마동석 조달환 등의 출연만으로도 기대감은 높아졌다. 10일 베일을 벗은 상의원은 예상보다 볼거리가 풍부했다.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영화는 조선시대 왕실의 의복을 만들던 상의원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움을 향한 대결을 그렸다. 한석규는 왕실 최고의 어침장 조돌석, 고수는 유행을 일으킨 천재 디자이너 이공진 역을 맡았다. 박신혜는 삶이 전쟁터인 왕비, 유연석은 완벽한 사랑을 꿈꾸는 외로운 왕을 연기했다.
소재는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게 풀었다. 사극에 코미디 요소가 버무려졌다. 이원석 감독은 이날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소재 자체가 진지하지만 누가 안 되는 한에서 조금 색깔을 넣었다”며 “볼거리를 주자는 생각에 코미디를 가미했다”고 밝혔다.
얼핏 영화 ‘패션왕’(감독 오기환)이 떠오르기도 한다. 조선시대 패션왕이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그러나 한석규는 “돌석과 공진의 차이점이 이 영화의 주제라고 생각한다. 바로 열등감”이라며 “돌석과 왕은 열등감의 응집체다. 그러나 공진은 비교하는 마음이 없는 사람이다. 결국은 비교하지 말고 사는 것이 행복이다. 만족하며 살자는 교훈을 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수는 이번 영화로 최초 사극에 도전했다. 그는 코믹 요소가 가미된 사극에 도전하는데 두려움이 없진 않았다고 귀띔했다. 이어 “일단 시나리오를 정말 재밌게 봐서 출연하고 싶었다”며 “감독님의 독특함이 사극에서 어떻게 빛을 발할까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원래부터 사극을 좋아했다”고 고백했다.
상의원은 순제작비 72억원이 들었고 그중 의상 제작에만 약 10억원을 투입했다. 의상은 ‘군도: 민란의 시대’ ‘후궁: 제왕의 첩’ ‘박쥐’ ‘타짜’ 등에서 활약한 조상경 디자이너가 맡았다. 100여벌이 넘는 배우들의 의상을 만들기 위해 50여명의 인원이 뭉쳤고, 약 6개월에 걸쳐 의상을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왕비로 변신한 박신혜를 위해 제작된 궁중의상들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화려함을 자랑한다. 박신혜는 “영화 찍으면서 행복했다. 개인적으로도 한복을 정말 좋아한다”며 “극중 진연 때 입었던 옷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화려하고 웨딩드레스 같은 느낌이었다. 고전적이면서도 아름다웠다”고 했다.
영화에는 사극과 코미디를 바탕으로 암투, 사랑, 신분 차이, 예술 등의 요소가 혼재돼 있다. 감독이 너무 욕심을 부린 건 아닐까. 이 감독은 “그중 딱히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네 사람을 통해 질투, 두려움을 이야기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최지윤 기자 jyc8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