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대단한 작품일까 궁금했다. 영화 ‘인터뷰’는 유례가 없는 논란을 야기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잔뜩 화가 났고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발끈했다. 우여곡절 속에 영화가 공개된 지금, 그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영화는 알려진 대로 김정은 암살을 소재로 했다. 미국 인기 토크쇼 사회자 데이브 스카이락(제임스 프랭코)와 연출자 애런 래퍼포드(세스 로건)가 김정은을 인터뷰할 기회를 잡으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북한 방문을 앞둔 두 사람에게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이 찾아와 비밀 지령을 내린다. 김정은과 신체접촉을 했을 때 독을 주입해 암살하라는 것이다.
초반 전개는 꽤 흥미롭게 흘러간다. 김정은이 토크쇼의 팬이라서 출연을 결정한다는 설정부터 현실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코미디 장르이기에 그쯤은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B급 코미디 영화 특유의 저질스러운 성적 유머가 이어지면서 불편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데이브와 애런이 북한에 도착했을 때부터는 그야말로 참담한 수준이다. 영화 제작에 앞서 사전조사는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분명 북한이라고 했는데 북한말을 제대로 하는 배우가 없다. 남한 표준말에 사투리를 조금 섞은 식이다. 그런데 그마저도 제대로 소화를 못한다. 오죽하면 김정은이 얼토당토않게 “죽지 마십세요”라고 외친다.
배경으로 등장하는 건물도 전혀 북한스럽지 않다. 김정은은 출처조차 알 수 없는 형태의 건물에 살고 있다. 북한 고위간부들은 모여 소주를 마신다. 이런 세세한 허점은 일일이 언급하기 힘들 정도다. 연출은 말할 것도 없고 기술적인 부분도 조악하다. 특히 컴퓨터그래픽(CG)은 그야말로 형편없다. 비행기가 폭발하는 등의 장면은 실소를 자아낸다.
‘인터뷰’는 오로지 김정은을 조롱하고 희화화할 목적으로만 만들어진 영상물로 보인다. 속은 한없이 나약하면서 겉은 잔인하고 포악한 인물로 그려졌다. 김정은 본인이 보면 충분히 화가 날 만 하다. 하지만 이 영화 때문에 테러 위협을 하고 개봉을 막았다면 낯 뜨겁기 짝이 없다. 북한은 현재 대대적인 해킹 의혹까지 받고 있다. 북한에 반응한 오바마 대통령까지 뻘쭘해지는 상황이다.
영화는 정식 극장개봉은 취소됐지만 온라인으로 유료 공개돼 대박을 터뜨렸다. 전 세계 관심이 쏠린 탓이다. 29일(한국시간) 제작사 소니 픽처스에 따르면 ‘인터뷰’는 지난 24일 공개된 뒤 나흘 간 온라인에서만 1500만달러(약 165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렸다. 다운로드(약 1만6500원)·VOD(회당 6600원)로 관람한 건수가 무려 200만건을 넘어섰다. 활로가 점차 확장돼 앞으로 수입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호기심 가득한 네티즌들은 여전히 검색창에 ‘인터뷰’를 검색하고 있다. 해킹으로 개봉을 앞둔 영화들이 줄줄이 유출되는 악재를 겪은 소니는 서서히 웃음을 되찾고 있다. 결과적으로 오바마와 김정은이 엄청난 마케팅 도구로 활용된 셈이다.
B급 영화 한 편이 전 세계 영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초유의 사건이다. 북미 간 사이버 전쟁으로까지 치달은 이번 일을 단순 해프닝으로 넘길 수 있을까.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