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심리전단에 사이버 여론 조작을 지시해 대선에 개입한 혐의(공직선거법·국가정보원법 위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검찰이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을 구형했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 심리로 이날 열린 원 전 원장 등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국정원이 민주적 의사 표현의 장인 사이버 토론 공간에서 일반 국민인 것처럼 가장해 선거 여론을 인위적으로 조장한 것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1심과 같은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을 구형했다.
또 원 전 원장과 함께 기소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에게도 1심과 마찬가지로 각각 징역 2년과 자격정지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국정원 사이버 심리전단이 2012년 대선과 관련해 특정 후보 또는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글을 114회 게시했으며, 기존 글에 대한 찬성·반대 표시를 1057회, 관련 주제에 대한 트윗·리트윗을 44만6000여회 실행했다고 밝혔다.
원 전 원장 측 변호인은 “국정원의 일부 일탈 행위가 있으면 제도 개선을 위한 계기로 삼든지 행정적 책임을 물어야지, 법정에서 유죄로 판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최후 진술에서 “정치나 선거에 개입하지 말라는 지시를 한 적은 있어도 그렇게 하라는 지시는 한 적이 없다”며 “내가 강조한 내용은 북한과 종북세력의 국정 폄훼 활동에 대해 확실히 알고 그런 세력을 발본색원하는 자세를 가지라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또 “재판 과정에서 나온 직원들의 진술은 종북세력의 활동이 있는 포털사이트를 모니터링하고 가끔 리트윗했다는 것인데, 그게 선거 개입이 될 수 있겠나. 나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원 전 원장은 취임 이후 사이버 심리전단을 통해 정치활동에 관여하고 국정원장 직위를 이용해 2012년 대선 등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지난해 기소됐다. 1심은 원 전 원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선고공판은 내년 2월 9일 오후 2시에 열린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