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모녀 살해] ‘강남 부촌’ 살았는데 생활고가 원인?

[서초동 모녀 살해] ‘강남 부촌’ 살았는데 생활고가 원인?

기사승인 2015-01-07 13:55:55

서울 서초동에서 발생한 세 모녀 살해의 비극은 가장이었던 강모씨(48)가 3년전 실직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강씨는 가족 중 아내에게만 실직 사실을 알린 채 새 직장을 물색했지만 40대 중반 남성에게 취업시장의 문은 좁았다.

강씨는 두 딸에게 직장을 잃었다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 실직 후 2년간 선후배들이 일하는 사무실을 전전하는 생활을 했다. 더 이상 받아주는 곳이 없어지자 최근 1년 동안 서울 남부터미널 인근에 고시원을 얻어 낮시간을 보냈다.

강씨는 법조인들이 많이 사는 부촌으로 유명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지만 중산층 생활수준을 고집하며 지출을 줄이지 않았다.

결국 모아놓은 돈이 바닥을 드러냈다. 강씨는 2012년 11월께 자신이 살고 있던 대형 아파트를 담보로 5억원을 빌려 마지막 도박에 나섰다. 주식투자 대박으로 재기하겠다는 꿈을 꿨던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는 대출금으로 아내에게 매달 400만원씩 생활비를 주고 나머지는 모두 주식에 투자했다”면서 “하지만 투자는 성공적이지 못해 2년여가 지난 현재 남은 돈은 1억 3000만원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그 동안 지출된 생활비 1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4억원 중 2억7000만원을 주식으로 날린 셈이다.

경찰은 “강씨는 2004년 5월쯤 이 아파트를 구입했고 현재 시가는 대략 8∼10억원 수준”이라면서 “강씨는 5억원 외에 다른 빚도 없는 상태여서 집을 팔고 생활수준을 낮추면 충분히 생활이 가능한 상태였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6일 서초경찰서는 서초구 서초동 자택에서 아내와 두 딸을 살해한 뒤 도주한 강씨를 이날 낮 12시30분쯤 경북 문경에서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강 씨는 이날 오전 6시30분쯤 휴대전화로 “아내와 딸을 목 졸라 살해했고 나도 죽으려고 나왔다”고 119에 신고한 뒤 경북 상주를 거쳐 문경까지 도주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서초동의 한 아파트에서 강씨 아내(43)와 큰 딸(13), 작은 딸(8)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8시쯤 강씨의 휴대전화 신호가 충북 청주에서 잡히는 것을 확인하고 일대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경찰은 승용차를 타고 도주하던 강 씨가 이날 오전 10시47분쯤 경북으로 들어오다 경북대 상주캠퍼스 인근 CCTV 영상에 찍힌 것을 확인하고 추적했다.

강씨는 승용차로 도주하다 반대 방향으로 운행 중이던 순찰차에 발각돼 1㎞가량 도주하다 이날 낮 12시30분쯤 경북 문경시 농암면의 한 도로에서 검거됐다.

강씨는 온 가족을 살해한 뒤 충북 청주, 경북 상주와 문경 등 갈지자 동선을 보였다.

경찰은 “강씨가 승용차를 타고 고속도로로 나온 뒤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길을 달렸다”면서 “그는 심지어 자신이 검거된 장소가 어디였는지도 모르고 있었다”고 밝혔다.

조현우 기자
조현우 기자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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