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면 병 되는데…” 암환자 ‘암성통증’ 관리 안 한다

“참으면 병 되는데…” 암환자 ‘암성통증’ 관리 안 한다

기사승인 2015-01-19 15:02:55

“요즘 부쩍 한밤중에 너무 아파서 깨는 날이 많아요. 새가 계속 피부를 쪼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관절 마디마디가 쑤시고 아파요. 온몸 신경이 소리 내어 아우성치는 느낌이랄까요. 전신에 퍼진 통증을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워요.” 유방암 3기 오혜정

암환자가 느끼는 모든 통증을 가리켜 ‘암성 통증’이라고 부른다. 암성통증은 암 덩어리 자체가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통증부터 항암/방사선 치료로 인한 신경세포 손상과 근육세포의 손상까지 다양한 이유가 있다. 국내 연구에서 암성통증의 유병률은 약 52~80%로 나타났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적절한 통증관리를 받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암환자의 적절한 통증관리가 이뤄지지 못하는 원인에는 무엇이 있을까.

◇진통제 잘못된 편견 암성통증 방치

일단, 환자의 문제다. 통증을 잡아내는 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과 통증관리에 대한 인지부족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김연희 서울아산병원 간호부원장은 “마약성 진통제라는 이름이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중독을 우려한다. 그러나 암성통증을 조절하는 진통제로 중독되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암환자라면 무조건 겪게 되는 고통쯤으로 여기고 통증을 참는 환자가 많다. 여기에는 참으면 보상이 있을 것이란 심리가 깔려있다. 또 진통제가 암치료를 방해할 것이란 견해도 지배적인데, 치료효과를 떨어뜨리는 진통제는 없다. 오히려 암성통증을 제대로 조절해나가지 못할 때 환자의 정상적인 생활을 어렵게 만들고 치료에 대한 불안감을 키워 주치료 효과를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암성통증을 치료하는 약물요법은 암환자 개개인의 통증의 종류와 정도에 따라 진통제의 종류가 정해진다. 1단계 약한 통증에는 비마약성 진통제가 사용되며 2단계 중간 통증부터 마약성 진통제가 사용된다. 그러나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고하는 암성통증 관리지침 내용에는 마약성 진통제를 모든 단계의 통증에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는 진통제 의존성보다 부족한 통증치료가 문제가 된다는 연구결과가 바탕으로 한다.

◇통증관리 대한 의료진 무관심 암성통증 키운다

통증관리는 의료인의 역할도 중요하다. 암성통증은 적절한 약물처방과 관리 프로그램으로 효과적으로 조절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통증관리 지침에 대한 의료인의 인식이 부족해 응급실을 내원한 암환자가 적절한 진통제 처방을 받지 못한 사례가 드물지 않았다. 김연희 간호부원장은 “과거보다 환자가 통증관리에 적극적이긴 하나 병원의 분위기가 중요하다. 주치의가 환자의 통증관리에 얼마나 신경을 쓰느냐에 따라 통증이 암 치료의 한 부분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외래에 온 암환자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바이탈 사인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맥박, 혈압, 체온, 호흡수 말고도 통증이 포함돼있지만 환자에게 ‘지금 통증이 있는지’, ‘몇 주간 통증이 있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질문하는 암 전문의는 많지 않다. 통증관리에 대한 의료진의 관심이 부족한 탓”이라고 말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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