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권남영 기자] 노골적이고 가학적인 성애묘사로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미국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영화 개봉을 앞두고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밸런타인 데이 개봉을 겨냥한 제작사의 대대적 홍보에 맞춰 미국의 섹스용품 업계가 들썩이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학대성 성행위를 미화하는 영화를 보느니 그 돈으로 폭력 피해자들에게 기부하자는 캠페인이 시작된 것이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개봉을 앞두고 북미 지역에서 보이콧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영화표와 팝콘을 사고 아이를 돌봐줄 사람을 구하는 데 드는 50달러로 폭력 피해 여성들을 지원하자는 캠페인이다. 폭력피해 여성 지원 단체와 포르노 반대 단체 여럿이 지원에 나섰다.
영화 개봉 목전에 보이콧 운동이 벌어진 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가학적 성행위에 천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50여 개국에 번역돼 1억만 부 넘게 팔린 원작소설 역시 여주인공을 청년 갑부의 피지배 대상으로 설정해 수위 높은 성행위를 반복적으로 기술하면서 ‘엄마들의 포르노’라는 별칭을 얻으며 논란이 됐다.
당초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지난해 3월 가학적 성행위보다 로맨스를 부각하는 예고편을 선보였으나 최종 편집본은 전체의 6분의 1분량인 20분 정도를 성행위 장면에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서는 강도 높은 성행위와 노출을 이유로 18세 미만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는 영화라기보다는 포르노에 가깝다며 상영이 금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서는 6000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섹스용품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업계에서는 영화 개봉에 따라 눈가리개와 채찍, 수갑, 마스크 등 영화에 등장하는 각종용품의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대형 쇼핑몰 타깃도 매장에 관련상품을 진열하기도 했다.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