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 주도 임상시험 공적 지원 부족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 공적 지원 부족

기사승인 2015-02-21 13:41:55
[쿠키뉴스=김단비 기자] 국내 임상시험이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임상시험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신약의 상품화를 위해 제약회사 주도의 임상시험과 기존에 나와 있는 약물을 서로 비교하며 우월성을 따져보는 연구자 주도의 임상시험이다.

국내 임상시험의 현주소는 신약의 시판허가를 위해 제약사가 이끌어가는 임상시험이 상당수라는 점이다.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의 장점은 제약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독립적으로 실험을 설계해 나가기 때문에 다양한 약물요법을 직접비교해보고 그동안 정답이라 믿고 있었던 과학적 사실들의 숨은 오류를 발견하기도 한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강윤구 교수는 “기존 약들의 효과를 비교해 무엇이 더 우월하다는 것이 입증되면 표준치료법이 달라질 수 있다. 외부의 의뢰없이 연구자 독립적으로 진행되는 임상시험은 더 나은 치료법을 발견하는 기회다. 환자에게 불필요한 치료로 인한 고통의 시간을 줄이고 또 불필요한 건강보험재정의 낭비를 줄일 수 있어 국가에도 이득”이라고 말했다.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에서는 서로 다른 약물의 효능을 비교하는 실험 외에도 치료기간별 효능을 비교한 시험을 진행해 중대한 정보를 발견하기도 한다. 일례로 허가 당시에는 ‘효과를 위해 환자는 1년간 약을 복용해야한다’는 것이 결론이었는데, 6개월간 복용한 환자와 1년간 복용한 환자에서 차이가 없다는 것이 임상시험을 통해 드러나면 환자는 6개월만 약을 복용하는 것으로 치료안이 바뀔 수 있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이익이 절반으로 줄어들었지만 환자는 복용스트레스가 절반으로 줄어들고 의료비도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의 문제는 약물을 비교하는 임상이 국가의 지원 없이는 사실상 어렵다는 데 있다. 제약회사는 약물효능 비교실험에서 자사의 제품이 열등하다는 것이 입증될까봐 임상시험에 참여하지 않는다. 임상시험에 필요한 약과 경제적 자원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의료진이나 연구진이 직접 임상시험을 진행해야하는데, 의사 혼자 단독으로 이 모든 것을 추구하기가 어렵다. 연구를 위한 재정도 문제고, 제약사로부터 약을 공급받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강윤구 교수는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제약회사 중심의 임상시험이 있고, 연구자 중심의 임상시험이 있다. 후자는 연구자가 하고 싶은 주제로 실험을 진행해나가는 거다. 가령 제약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서로 다른 항암제의 효능을 비교해볼 수도 있고 기존 약물을 혼합해 새로운 치료법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국내 임상시험은 제약사 중심의 임상시험 비중이 높고 연구자 중심의 임상시험 수는 매우 적은 편이다. 공적 지원 없이 한계가 있다. 향상된 치료법 개발을 위해 미국의 시스템을 따라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국립암연구소에서는 의료진에게 재정적 후원을 하며 새로운 암 치료법 개발을 돕고 있다. 연구자 주도의 임상시험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기존 치료법의 한계를 메우는 역할을 한다. 일례로 유방암 치료에 있어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근치적 유방절제술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을 입증했고, 유방암 재발률이 높은 상태에서 특정 항암제를 복용하면 발병률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정보 모두 생명연장에 기여한 면이 크다. 강윤구 교수는 “임상시험에 지원하는 비용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엽적인 사고다. 멀리 보면 불필요한 치료제의 지출을 아껴 국가 재정에도 도움된다. 약물요법을 비교하는 임상시험에 대한 국가 지원이 많아져야하는 이유는 자명하다”고 말했다. kubee08@kukimedia.co.kr
김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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