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엑소가 팬들과 만들어낸 ‘엘도라도’… 컴백 대신 콘서트 택한 이유

[쿡리뷰] 엑소가 팬들과 만들어낸 ‘엘도라도’… 컴백 대신 콘서트 택한 이유

기사승인 2015-03-08 20:00:55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엑소는 근 10년간 데뷔한 그룹 중 가장 파란만장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그룹이다. 역사라고 할 만큼도 아닌 갓 4년차의 그룹이지만 아이돌 그룹이 데뷔해 겪을 수 있는 희로애락을 모두 겪었다. 데뷔부터 긴 공백기, 대상의 기쁨과 12년 만의 밀리언셀러라는 기록을 내자마자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의 멤버가 탈퇴했다. 소송으로 얼룩진 그룹은 하락세를 겪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엑소의 미니앨범 ‘중독’은 2014년 68만 장 판매고를 기록하며 국내 가요시상식 3관왕을 차지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엑소의 이 같은 힘은 팬덤의 집결력에서 나온다. 200만 명이라는 압도적인 인원수를 자랑하는 엑소 팬클럽 ‘엑소 L’에게 엑소는 컴백 대신 두 번째 단독 콘서트 ‘엑소 플래닛 2-디 엑솔루션(Exo Planet #2 The Exolution)’을 선사했다. 통상의 그룹이라면 방송 컴백이 먼저였을 것이다. 음원을 발표하고, 앨범을 발매하고, 방송에 나오며 자신들의 지명도를 높이는 것이 보통의 순서다. 그러나 엑소는 긴 공백기와 암흑기를 거치며 지친 팬들을 직접 만나는 것이 먼저라고 판단했다.

다듬어진 퍼포먼스를 브라운관 너머로 보여주기보다 공연장에서 함께 호흡하겠다는 엑소의 판단은 유효한 것으로 보였다. 엑소는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팬들과 환상적인 호흡을 보였다. 첫 번째 단독 콘서트 ‘엑솔로지’가 엑소의 개성과 멤버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보여주는 자리였다면 ‘엑솔루션’은 엑소가 팬들과 교감하는 자리였다. 망토를 둘러 쓴 수십 명의 댄서들이 줄지어 선 가운데 금색으로 빛나는 의상을 입은 엑소가 등장하자 팬들은 흰 야광봉을 일사불란하게 흔들며 엑소를 환영했다.

‘중독’ ‘히스토리’ 등의 히트곡에 이어 신곡 ‘엘도라도’가 울려 퍼지자 팬들은 흡사 종교 집회를 연상케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팬들의 열광적인 함성 속에서 엑소 또한 다양한 모습으로 화답했다. 막내인 멤버 세훈과 카이는 세트를 활용한 물 속 댄스로 의외의 성숙미를 보여줬고, ‘크리스마스 데이’ 무대에서 가장 연장자인 시우민은 귀여운 펠트 모자를 눌러써 애교를 어필했다. 가장 환호가 컸던 퍼포먼스는 10명의 멤버들이 1만 4000여명의 관객들 앞에서 옷을 갈아입는 무대였다. 20대 초중반의 청년들은 과감하게도 관객과의 사이에 얇은 막 하나만 두고 바지를 벗었다. 소녀팬들의 니즈(?)가 남김없이 충족된 자리였다.

엑솔루션을 연출한 안무가 심재원의 장점이 여과 없이 드러난 무대는 ‘풀 문’ ‘머신’ 등의 무대였다. 클럽을 연상케 하는 빔 조명과 흥겨운 음악은 팬들이 모두 일어나 춤출 수 있게 했다. 랩퍼 찬열은 믹싱 머신 가운데에서 팬들을 위한 음악을 선사했다. 컴백 타이틀곡 ‘콜 미 베이비(Call Me Baby)’ 무대는 짧았지만 강렬함으로 엑소라는 그룹에 대한 기대를 한층 더 높였다.

다양한 VCR이 있었지만 가장 팬들의 마음을 울린 영상은 엑소가 앙코르 무대 전 내보낸 히스토리 비디오였다. 엑소는 영상에서 “혼란스럽고 화도 났지만 가장 걱정되는 것은 팬들이었다” “상처는 아무는 법이고 우리는 더 단단해질 것”이라고 기나긴 암흑기를 함께 견뎌 온 팬들을 다독였다. 엑소의 약속에 팬들은 “항상 지켜주겠다”고 슬로건으로 화답했다. 리더인 수호와 멤버 백현은 끝내 눈물을 보였으며, 찬열은 “우리가 지켜드리겠다”고 말했다.

첫 번째 콘서트 때 “비온 뒤 땅이 더 단단해진다”던 첸은 “평생이란 말은 하지 않겠지만 오래오래 함께하자”고 말할 만큼 성숙해진 면모를 보였다. 엑소가 오는 13~15일 3일간 남겨둔 콘서트가 기대되는 이유다. rickonbge@kmib.co.kr
이은지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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