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처럼 답이 없는 이병헌에겐 사드가 필요하다 [조현우의 오지랖]

한국경제처럼 답이 없는 이병헌에겐 사드가 필요하다 [조현우의 오지랖]

기사승인 2015-03-23 16:39:56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배우 이병헌은 지지리 복도 없다. ‘50억 협박’ 사건 때문에 본의 아니게 잠수를 타고 여론 추이를 살피고 있는데 동명이인인 영화 ‘스물’의 감독 이병헌이 신작 인터뷰를 소화 중이다. 덕분에 포털사이트에 이병헌을 검색하면 ‘로맨틱 성공적’이라는 표현과 협박녀 실명이 아직도 계속 오르내린다.

이병헌 입장에선 매를 맞을 대로 맞았다. 대중은 반년 가까이 십자포화를 퍼부었고 판사는 “유부남이면서 나이가 어린 피고인들과 어울리며 과한 성적 농담을 하고 이성으로서 관심을 보이는 등 이 사건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꾸짖었다. 이병헌도 손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자필 편지도 썼고 “아내와 가족들에게 평생을 갚아도 모자랄 만큼 빚을 졌다. 죄송하다”고 울컥하기도 했다. 협박녀들도 일단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상황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 그런데 이병헌 입지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가장 큰 원인은 이병헌의 이중성이다. 50억 협박을 당했다고 고소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판사에게 훈계까지 듣자 돌연 협박녀들의 선처를 바란다는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 이렇게 상황이 악화될 줄 알았다면 차라리 50억을 주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이병헌의 괴이한 대처는 이뿐만이 아니다. 보통 연예인이 직접 나서서 소속사를 창업할 때는 선택과 집중을 위해서다. 연예인 수십 명이 소속돼 있는 대형 소속사에 비해 단일 프로젝트를 착수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한 명의 리스크 매니지먼트에는 충실한 편이다. 하지만 2006년 이병헌이 설립한 BH엔터테인먼트는 멀어도 한참 멀었다. 이병헌이 이민정과 함께 입국해 울컥한 지난달 26일은 공교롭게도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 여부가 판가름 나는 날이었다. 외도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적어도 그 날 입국은 피하는 편이 나았다. 이병헌 입장에선 소속사가 직원인지 안티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법 했다.

50억 협박을 당하고 반년 만에 직접 사과한 이후에도 이병헌 측의 대응은 최소한의 동료애도 찾아볼 수 없다. 영화 ‘협녀, 칼의 기억’(이하 협녀)는 이병헌의 소위 ‘원톱’ 작품이 아니다. 충무로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여배우인 전도연은 물론 ‘은교’로 일약 기대주로 떠오른 김고은이 함께 출연한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박흥식 감독은 전작이 개봉하기도 전에 신작 ‘해어화’ 작업에 착수했다. 비단 감독과 주연 뿐만 아니라 100억 이상이 투입된 영화 스태프 수백 명이 자신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는데 일언반구도 없다.

물론 이병헌 입장에선 ‘협녀’ 배급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야속할 수 있다. 실제 롯데 측은 제2롯데월드 안전성 문제만큼이나 ‘협녀’ 사태를 풀지 못했다. 다른 배급사들의 견해는 일치했다. 롯데 측이 너무 눈치를 보는 바람에 치고 나갈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작품 퀄리티가 좋다면 소신있게 개봉해도 되는데 이런 스캔들을 처음 겪다 보니 이 눈치 저 눈치 보다가 결국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개봉 전 시사회를 최대한 간소하게 치르고 흥행 추이를 지켜보면서 인터뷰 등 홍보 일정을 잡았다면 개봉이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라는 결과론도 이어졌다.


리스크 매니지먼트에 무능한 두 집단 덕분에 ‘협녀’는 영화적으로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를 계속 잃고 있다. 최근 개봉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내부자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애가 탈 수 밖에 없다.

100억 대작 두 편이 주연 한 명의 개인사 때문에 휘둘리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는 말이 없다. 자신을 활용한 프로모션을 포기하더라도 영화 개봉을 간곡히 부탁할 수도 있고, 다시 한 번 공개석상에서 공사를 구별해달라고 읍소할 수도 있지만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어떤 식으로든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두 편의 영화는 물론 본인과 아내의 향후 활동이 직격탄을 맞게 되는데 아직도 눈치를 보고 있다. ‘한국경제처럼 답이 없다’ ‘하도 논란이 쏟아져 사드(THAAD·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필요한 배우’라는 조롱을 이병헌은 계속 듣고 싶을까.
조현우 기자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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