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덩달아 올라가는 망막질환 위험. 그 중에서도 연령관련 황반변성은 나이가 들면서 망막의 황반부에 여러 가지 변화가 동반되어 생기는 질병이다. 서서히 중심 시력이 소실돼 결국은 실명으로 이어진다. 희망적인 점은 치료제가 나와 있으며, 이를 통해 상당수 진행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7년 루센티스(성분명 라니비주맙)가 국내에 처음 허가되면서 많은 환자가 시력을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고, 지난해 5월에는 아일리아(성분명 애플리버셉트)까지 나오면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도 늘었다.
◇환자 수 4년 전보다 39% 늘어
황반변성 환자가 최근 들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대한망막학회가 최근 5년간(2009~2013) 심평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황반변성 환자수는 2009년 10만 884명에서 2013년 14만 540명으로 39.3% 증가했다. 이는 같은 주요 4대 망막질환의 평균 증가율인 35.1%보다 높고, 각 질환의 증가율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참고로 당뇨망막증 환자가 27만 7022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황반변성(14만 540명), 망막박리(5만 9808명), 망막정맥폐쇄(3만 9043명) 순이다.
한림의대 박성표 교수(강동성심병원 안과)는 약물이 나오면서 주목을 받는 것이지 갑작스럽게 증가한 질환은 아니라고 말한다. 즉 과거에도 계속 증가돼 왔고, 인식이 낮아 묻혔던 질환이 수면위로 드러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황반변성을 일으키는 원인은 아직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 가장 큰 원인은 노화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며 그 외 흡연, 고지방, 고열량 식습관, 스트레스, 비만, 심혈관계 질환, 가족력, 인종 등 여러 요소들이 황반변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일부 논문에서, 흡연과 비만이 황변변성의 발병을 2~3배가량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 자외선의 과도한 노출도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국내 환자, 건성보다 습성 많아
우리나라 연령관련 황반변성 환자들의 특징은 건성보다는 습성이 더 많다는 점이다. 황반변성은 드루젠이 형성되는 건성과 삼출물이 나오는 습성으로 나눌 수 있는데, 후자가 실명 위험이 더 높다.
건양의대 최문정 교수(김안과병원)는 ""연령관련 황반변성 환자 중 습성은 0.9%, 건성은 0.3%로 습성이 건성에 비해 3배가량 많았다""며 ""이런 국내 결과는 최근 서구에서 발표된 것과 큰 차이가 없으나, 진행된 후기 황반변성은 서양과 달리 습성이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빛간섭단층촬영과 형광안저조영술로 확진할 수 있으며 초기에는 바둑판 모양의 암슬러 격자 등을 활용해 조기진단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드루젠이 나타나는 건성 황반변성의 경우에는 AREDS2 포뮬러에 따른 경구약제를 투여하면서 습성으로 이행되는 경과를 관찰하는 게 일반적이다.
◇루센티스·아일리아 2종 출시
하지만 습성은 유리체강 내(안구내) 항신생혈관인자 항체 주입술을 통해 치료를 한다. 현재 국내에서 쓸 수 있는 황반변성 치료제는 모두 두 개. 한국노바티스가 공급하고 있는 루센티스와 바이엘코리아가 공급하는 아일리아로 모두 유리강내주사 투여하는 제품이다.
루센티스는 지난 2008년 허가를 받고 이듬해 보험이 적용된 국내 첫 제품이다. 지금까지 획득한 적응증은 △신생혈관성(습성) 연령관련 황반변성 △당뇨병성 황반부종에 의한 시력손상 △망막정맥폐쇄성 황반부종에 의한 시력손상 △병적근시로 인한 맥락막 신생혈관 형성에 따른 시력손상 등 4개지만 이 중 황반변성과 당뇨병성 황반부종만 보험이 적용된다.
지난해 2013년 시판허가를 획득한 다소 뒤늦게 나온 아일리아는 2014년 보험목록에 등재됐다. 현재 △신생혈관성 (습성) 연령관련 황반변성 △중심망막정맥폐쇄성 황반부종 △당뇨병성 황반부종에 의한 시력손상 등 3개의 적응증이 있지만 보험은 황반변성만 가능하다. 병적근시로 인한 맥락막 신생혈관 형성에 따른 시력손상의 치료는 해외에서는 획득했지만 아직 국내 적응증은 없다.
약물의 작용기전은 두 약 모두 안구 내에서 신생혈관이 빨리 만들어지도록 촉진하는 물질인 VEGF(혈관 내피세포 성장인자)라는 단백질에 작용해 신생혈관이 생기는 것을 차단하고 삼출물이 누출되는 것을 막는 것이지만, VEGF 수용체 결합 구조에 따라 차이는 있다.
최 교수는 ""루센티스는 이론적으로 분자량이 작아 망막색소상피층을 잘 통과하고 혈관내피성장인자에 대한 친화력이 20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향상된 안정성을 보인다. 아일리아 또한 혈관내피성장인자에 좀 더 높은 친화력을 가지고 있고, 반감기가 길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레이저 치료 대비 효과 뛰어나
황반변성 치료제들의 효과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은 환자들이 얼마나 글자를 읽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는 1982년 당뇨망막병증조기치료연구(Early Treatment of Diabetic Retinopathy Study)에서 비교연구를 위해 고안됐던 시력표인 ETDRS로 평가한다.
루센티스와 아일리아는 여러 개의 연구에 이 기준을 적용, 황반변성 치료효과를 입증했다. 모두 1차 종료점을 ETDRS 기준으로 삼았다. 루센티스는 MARINA, ANCHOR, PrONTO 연구가 있으며, 아일리아는 VIEW1, VIEW 2, SIGHT 연구가 대표적이다.
이 중 MARINA 연구는 다기관, 이중맹검, 위약 대조로 루센티스의 효과와 안전성을 측정하기 위해 2년간 미국에서 진행한 제3상 임상시험으로 맥락막 신생혈관이 발생한 50세 이상 716명의 습성 연령관련 황반변성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다.
연구결과 치료 시작 시기의 시력과 비교해 치료 1년째에 시력을 유지(ETDRS 시력표에서 15문자 미만의 시력 손실로 정의)한 환자의 비율은 루센티스 0.3mg 또는 0.5mg군에서 95%로 매우 높게 나타난 반면 위약군은 62%의 환자만이 시력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나 효과를 확인했다.
이어 진행된 ANCHOR는 기존 치료법의 하나인 비쥬다인 PDT(광역학 요법, 레이저)와 비교한 것이며, PrONTO 연구는 한달에 한번 투여라는 기존 틀을 깨고 시력손실이 있거나 황반 또는 망막 두께가 100um 이상 뚜꺼워질 경우에는 약물을 재주입하는 이른바 맞춤형 치료를 한 총 2년 기간의 비대조연구로, 모두 시력개선을 입증했다.
VIEW 1, 2 연구는 아일리아의 습성 연령 황반변성 효과를 입증한 무작위 배정, 이중맹검, 3상 임상시험이다. 아일리아가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앞서 나온 라니비주맙과 비열등성 만족 조건으로 진행됐다. VIEW1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진행했고(1240명), VIEW 2는 유럽, 한국을 포함한 아태지역, 일본, 남미에서 진행했는데(1240명), 모두 비열등성을 만족했다.
박성표 교수는 ""약물의 기전은 타깃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임상현장에서 느끼는 전반적인 효과는 큰 차이가 없으며 일부 비교한 연구에서도 차이가 없다""며 ""다만 증상이 심하면 아일리아를, 루센티스를 쓰다 효과를 보이지 않으면 아일리아를 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시술과정에서 경미한 부작용으로 출혈, 염증반응, 안압상승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한 경우 안내염이 발생할 있지만 실제 발생건수는 극미하다는 게 임상의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치료제 내성 문제 향후 과제로
향후 과제는 기존 치료제 내성과 용량 설정 문제다. 최 교수는 ""항체 주사제가 나오면서 습성 연령관련 황반변성 환자의 치료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전기를 마련했지만 아직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남았다""며 ""대표적으로 주사치료에 대한 저항이 있는, 즉 반응이 적은 환자군의 특성에 대한 연구는 전무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러 한계점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도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박 교수는 ""노바티스가 2018년 출시를 목표로 포비스타라는 새로운 약제를 개발중이다. 또한 줄기세포 연구도 진행되고 있어 희망적이지만, 여전히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라는 점에서 조기검진이 필요하며, 시력검사를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생애전환기인 40세가 되면 검사를 해보는 것도 좋다""고 강조했다.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칼업저버 박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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