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변태’ 희열옹, 그 입은 벌리지 않는 편이 나았습니다 [조현우의 오지랖]

‘감성 변태’ 희열옹, 그 입은 벌리지 않는 편이 나았습니다 [조현우의 오지랖]

기사승인 2015-04-06 13:24:55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일단 유희열은 욕을 좀 먹어야 한다. 7년 만에 7집을 낸 것도 모자라 7년 만에 콘서트라니. 문제는 앞으로 언제 또 신보를 내고 콘서트를 열 것인지 확실치 않다는 점이다. 콘서트 말미 펑펑 울었으니 대오각성해 보다 팬들을 자주 만나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길 바랄 뿐이다.


그룹 015B의 멤버 정석원이 은퇴 앨범에서 언급할 정도로 재야의 천재 뮤지션, 2집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그럴 때마다’ 정도로 회자되던 유희열은 MBC ‘FM 음악도시’ 시장과 4집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4집은 그 유명한 ‘여전히 아름다운지’가 수록된 앨범으로 ‘거짓말 같은 시간’이 갑이다. 이후는 그야말로 탄탄대로다. 5집도 훌륭했고 히트했고 6집도 훌륭했고 히트했다. 시장님을 그리워하는 청취자들을 위해 ‘올댓뮤직’ ‘라디오천국’ DJ를 맡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그래도 2007년 6집을 내고 콘서트를 할 때까지는 희소성 있는 포지션이었다. 토이를 아는 사람 보다 모르는 사람이 많았고 유희열에게 방송인이라는 위치도 낯설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이름을 한 번 들어봤을 정도로 메이저로 올라선 것은 2009년 KBS ‘스케치북’ MC를 맡으면서부터다. 마치 라디오 부스를 브라운관으로 옮긴 것처럼 다정다감한 진행은 여전했고 신동엽과 더불어 자연스러우면서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19금 발언은 불편하지 않은 ‘감성 변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이미 음악적으로는 유재하 계열을 이어 정석원·이승환·윤종신 사단일 정도로 압도적인 위치를 자랑했고, 방송인 변신도 워낙 탁월했기에 불혹을 관통하는 전성기도 계속 됐다. MBC ‘무한도전-자유로 가요제’ 특집에선 사실상 유재석과 더블 MC에 가까웠고 SBS ‘일요일이 좋다-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에선 가요계를 삼분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업계 거물 양현석과 박진영에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데뷔 이후 작곡가이자 방송인으로 가장 완벽한 포지션을 점하고 있는 토이 콘서트는 아주 여유로웠다. 3집 객원가수 변재원 정도를 제외하면 과연 누가 이 정도 급의 가수들을 동원할 수 있을지 놀랄 정도로 화려한 성찬이었다. 김동률·이적·성시경·윤하가 게스트였다. 셋 리스트는 만족스러웠고 어느 한 명의 가수에게 치우치지 않는 무대를 만들어냈다. 음향 문제는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따위에서 공연을 열 수 밖에 없는 국내 인프라 문제이니 누구 책임이 아니다. 비가 오면 우산이 되어준다는 매니저 정동인씨와 1집 당시 멤버였던 윤정오, 공연을 도운 CJ E&M에게 거듭 감사를 표한 유희열은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다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래서 “내가 공연을 할 때 힘을 받을 수 있게 앞자리에 앉아 계신 여자 분들은 다리를 벌려 달라”는 발언은 “다른 뜻이 아니라 마음을 활짝 열고 음악을 들으란 뜻”으로 이해해 줄 수도 있다. 알찬 공연에 어우러진 농담이었으니까 넘아가 줄 수도 있다.


그런데 확실히 과했다. 아니,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성희롱이었다. 일각에선 현장 분위기가 크게 나쁘지 않았고, 토이 팬들이 괜찮다는데 왜 난리냐는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현재 유희열 위치는 윤종신·김연우와 방송국 문을 두드리던 그 때 그 시절, 그다지 유명하지도 않던 ‘병든 차인표’ 시절이 아니다. 지상파에 출연하고 CF를 찍는다. 마니아 팬들만 모인 생일 파티 같은 자리가 아니라 마니아 팬들을 따라 토이 공연을 처음 본 이들이 있을 수도 있는 자리였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강용석·김구라 사례를 들 필요도 없다. 한국 사회 성희롱이 얼마나 자신의 관점에서 재미를 빙자해 이뤄지는가. 유희열 변호하느라 여념이 없는 이들은 “경솔한 저의 가벼운 행동과 말에 아쉽고 불편해하시는 분들도 계셨을 텐데 무척이나 죄송해지는 밤”이라며 “오랜 시간 아끼고 간직해 온 기억들도 한 마디의 말로 날려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더 깊게 새기면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에 부끄럽고 마음이 무거워 진다. 정말 죄송하다”는 유희열 사과문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내게는 ‘감성 변태’지만 누구에게는 그냥 ‘변태’일 수 있다.

이게 다 유희열이 너무 유명해져서 벌어진 일이다.
조현우 기자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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