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혜리 기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전개로 시청자를 매료시킨 드라마가 있다. SBS ‘풍문으로 들었소’다. 출연 중인 배우들도 드라마 이야기를 한 치 앞도 모른다. 그 중 가장 예상하기 힘든 호평 세례를 받은 인물은 앵커 출신 방송인 백지연이다. 난생 처음 도전한 연기지만 호평 세례를 받고 있다.
9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모처에서 진행된 ‘풍문으로 들었소’ 인터뷰에서 백지연은 “대한민국의 모든 기자 분들을 사랑한다”며 쏟아지는 칭찬 기사에 대해 감사함을 전했다.
백지연의 드라마 출연은 ‘풍문으로 들었소’를 연출하는 안판석 감독과의 인연에서부터 시작됐다. MBC 입사동기였던 두 사람은 소위 ‘절친’이다.
백지연은 “절친이었기 때문에 100% 출연하게 된 거다. 친구가 아니었다면 절대 안 했을 것이다. 끝까지 안 한다고 거절은 했지만, 안 했으면 우정에 금이 갈 상황까지 갈 것 같았다”며 출연 이유를 밝혔다.
그렇다면 안 감독은 대한민국의 대표 앵커로 20년 이상 살아온 백지연의 어떤 면을 보고 출연 제안을 한 것일까. 백지연의 말을 빌자면 ‘말솜씨가 좋았기 때문’이라고.
백지연은 “연기에는 전혀 뜻이 없었다. 하지만 안 감독은 제가 말을 재밌게 하는 것을 보고 ‘연기하면 잘 하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러면 ‘나도 연기 시켜줘. 그 대신 멋있는 역할로’라고 농담한 건데, 진짜 캐스팅이 된 거다”라고 설명했다.
백지연은 극중 한정호(유준상)의 첫사랑이자 그의 아내 최연희(유호정)와 라이벌인 지영라를 연기한다. 그의 첫 등장 후 긍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백지연의 선택이 성공적이었던 셈이다.
“호평 100%더라고요. 대한민국 기자들을 사랑하고 있어요. 늘 기쁜 마음으로 인터넷을 보고 있어요.
기자 분들께서 분석을 진짜 잘 하더라고요. 제가 발성이 좋은지 기사 보고 알았을 정도니까요. 상황에 따라 톤을 조금씩 바꾸는 정도지 전문적인 건 하나도 없죠. 아직 카메오 수준이에요.”
본인을 카메오라고 말하는 백지연이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그의 출연 분량은 많아지고 있다. 신경을 안 쓰는 듯하지만 드라마 의상도 직접 스타일링 한단다.
“원래 수트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드라마에선 거의 안 입어요. 영라 캐릭터에 맞춘 옷을 직접 제가 스타일링 하고 있죠. 드라마는 캐릭터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대본을 보고 의상을 골라요. 장면에 따라서 옷을 입는데, 저 본인이 생각하는 게 제일 정확할 것 같더라고요. 옷 잘 입는다는 평도 올라오고 있어요.(웃음)”
첫 연기 도전에 떨렸을 법도 하다. 그러나 긴장은 없었다고 백지연은 털어놨다.
“쫄지 않았어요. 긴장되지도 않았죠. 이런 말을 하면 건방지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이에요. 스물세 살에 앵커로 아홉시 뉴스에 처음 들어갔어요. 전 국민과 방송국 사람들이 저를 쳐다보고 있는데도 떨리지 않았어요. 이유를 생각해보니 제 장점은 순간 집중력인 것 같아요. 연기할 때도 상황에만 집중해서 떨리진 않는 것 같아요.”
최근 백지연은 자신의 트위터에 ‘황송’이라는 한 단어를 올렸다. ‘황송’을 쓴 이유는 간단했다. 호평을 해준 기자들에 대한 인사였다는 것이다.
“연기를 하겠다는 계획 없이 임하게 된 건데 호평을 해주셔서 정말 기뻐요. 드라마 시작 후 제 트위터를 기자 분들이 보고 있단 걸 감지했죠. 기사를 너무 좋게 써주시니까 분에 넘치는 감사함을 ‘황송’이란 글자에 담은 거죠. 속뜻을 이제야 공개하네요. 극찬에 늘 감사하고 응원이 되고 있어요.”
백지연이 연기자로서도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앞으로의 연기 활동도 궁금했다. 그에게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이랬다.
“제가 만약 변호사나 검사 등 똑똑한 역할을 맡았다면 이정도 반응은 나오지 않았을 거예요. 평소의 백지연과 닮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해서 오히려 더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배우 활동은 한 번도 생각 안 해봤어요. 지금 드라마를 잘 마치고 나서 해야 할 고민인 것 같아요. 저의 숙제이기도 하고요.”
‘풍문으로 들었소’는 대한민국 상위 1% 로열패밀리와 가난한 서민층이 만드는 블랙 코미디 풍자 드라마로 갑과 을의 속물 의식을 꼬집는 작품이다.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0시 방송. hy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