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최우식 “찌질한 연기, 가장 자신있는 무기”

[쿠키人터뷰] 최우식 “찌질한 연기, 가장 자신있는 무기”

기사승인 2015-04-14 06:00:55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쿠키뉴스=이혜리 기자] 속칭 ‘훈남’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비주얼이었다. 케이블채널 tvN ‘호구의 사랑’(연출 표민수·극본 윤난중)을 마친 배우 최우식을 최근 서울 상암동에서 만났다. 완벽한 미남형의 외모는 아니지만 멀리서 봐도 눈에 들어올 만큼 훈훈한 비주얼의 소유자였다.

자신을 줄곧 ‘오징어 외모’라 칭한 최우식이지만 곧 ‘오징어’ 탈출도 가능할 것 같단다. “다음 작품 쯤엔 (오징어) 탈출 할 것 같다”며 “카메라 마사지로 눈이 커진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떠는 여유까지 보였다.

최우식은 ‘호구의 사랑’에서 도도희(유이)를 향한 헌신적인 남자 강호구를 연기했다. 겉모습은 ‘찌질’하고 어리숙해 보여도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는 강해지는 힘을 발휘했다. 자신의 역할 ‘호구’를 전면에 앞세운 드라마를 마친 소감도 그에게는 남달랐을 것이다.

“첫 주연을 표민수 감독님과 함께해서 영광스럽게 생각했어요. 저에 대한 평가도 좋았고, 마무리가 잘 된 것 같아요. 끝나서 시원섭섭하기도 해요. ‘호구의 사랑’이란 따뜻한 이야기가 끝나니까 제 인생의 따뜻함도 없어 질 것 같아요.(웃음)”

극 중 호구 역할을 두고 세 명의 남자 배우가 경쟁했다고. 최우식이 호구를 연기 할 수 있었던 건 표민수 감독의 힘이 컸다.

“제가 호구 역할을 맡는 데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왜 최우식을 써?’ ‘인지도도 없잖아’ ‘잘 생기지도 않았다’ ‘유이랑도 안 어울릴 것 같다’는 등의 반응이 있었어요. 그런 의견들을 무시하고 감독님이 믿고 절 써주신 거죠. 표민수 감독님 이름에 먹칠할 까봐 걱정도 많았죠.”

걱정과 달리 최우식은 표 감독의 체면을 세워줬다. 호구로 완벽히 분해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캐릭터의 찌질함이 실제의 모습과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어깨도 구부정하게 굽히고 연기를 했다고.

“실제 호구처럼 연애 경험도 많이 없고 찌질한 편이에요. 짝사랑 실패도 많이 해봤죠. 그래서 캐릭터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어요. 물론 답답한 면도 많았지만 ‘나는 강호구다, 강호구다’라고 되뇐 것 같아요.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캐릭터를 다잡아 갔죠.”

호구라는 역할과 이름은 한 번 보고 들으면 잊기 힘들 정도로 임팩트가 컸다. 연기자로서 막 이름을 알릴 시기에 한 가지 이미지로 정착될까 내심 걱정도 될 법하다. ‘호구’ 이미지가 남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냐는 질문에 “더 좋은 거 아니에요?”라고 최우식은 반문했다.

“연기 생활 5년 동안 보여준 이미지들이 비슷한 면이 있어요. 그걸 역으로 생각하면 찌질한 이미지가 굳혀져서 독보적인 캐릭터를 가지면 이점이 있을 것 같아요.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 보단 낫잖아요. 편한 이미지를 가진 차태현 봉태규 선배님을 보면 부럽기도 하죠. 급하게 이미지를 바꾸려 하진 않으려고요. 준비 안 된 상태에서 억지로 바꾸려고 하면 보는 입장에서도 별로일 것 같아요. 천천히 바꿔 볼래요.”

자신은 ‘비릿한 이미지’를 가졌다고 최우식은 말했다. 영화 ‘거인’으로 유약한 이미지를 조금 지웠다 싶었는데 다시 호구를 선택했다. 그는 “‘호구의 사랑’ 출연 제의가 왔을 때도 주변에서 ‘왜 또 찌질한 연기로 돌아가느냐’고 많이들 말했다. 하지만 제가 정말 자신 있는 무기고, 아직도 저를 모르는 사람이 많이 때문에 ‘호구의 사랑’을 통해 자신 있는 연기를 펼치고 싶었다”며 출연 이유를 밝혔다.

최우식은 어린 시절 캐나다로 이민을 간 뒤 배우로 활동하기 위해 한국 땅을 다시 밟았다. 2011년 MBC ‘짝패’에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됐다. 이후 ‘패밀리’ ‘옥탑방 왕세자’ ‘특수사건전담반 TEN’ ‘운명처럼 널 사랑해’ ‘오만과 편견’,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빅매치’ ‘거인’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차근차근 성장해왔다. 최우식은 “연기 인생을 달팽이처럼 길고 느리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번에 뜨는 ‘반짝 스타’가 아닌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가고 싶다고 설명했다.

“5년 동안 칭찬만 받고 커왔어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실수 안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인성으로나 연기 면에서도 그런 모습을 안 보여주고 싶어요. 작은 실수로 크게 무너지는 배우도 있잖아요. 늘 조심하려고 해요.”

배우로서 한창 성장해나갈 나이 스물 여섯. 아직까지 남자다운 매력보다는 귀여운 모습이 부각됐다. 최우식이 생각하는 10년 후의 모습은 어떨까.

“마초적인 매력은 아직 못 보여준 것 같아요. 액션도 해보고 싶긴 해요. 귀여운 이미지나 ‘허당’ 이미지는 제가 가진 실제 모습이기도 해요. 그래서 멋있는 건 재미없어요. 허당 연기를 할 때 더 재미있고 보여줄 게 많다고 생각해요. 배우로서 1년을 사는 건 일반인으로 1년을 사는 것 보다 훨씬 성장이 빨라요. 사람들도 훨씬 많이 만나고 감정표현도 많이 하죠.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세 네 번을 사니까 교훈이나 얻는 게 많죠. 10년 뒤에는 더 똑똑해져 있거나 연기로 자리를 잡고 있지 않을까요.” hye@kmib.co.kr
이혜리 기자 기자
hy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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