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혜리 기자] ‘막장’ 드라마계의 거장 임성한 작가의 작품을 이제는 못 보게 생겼습니다. MBC 측이 임성한 작가와의 결별을 선언했고, 임성한 작가는 아예 드라마를 집필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은퇴를 시사한 것이죠.
먼저 MBC 측이 임 작가에게 이별을 고했습니다. 장근수 MBC 드라마본부장은 22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에 출석해 “보통 드라마 작가들은 현재작이 끝날 때 차기작 계약을 한다. 하지만 임성한 작가와는 계약을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계약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임 작가 측도 빠르게 입장을 밝혔습니다. 23일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임성한 작가는 5월 중순 종영 예정인 MBC ‘압구정 백야’를 끝으로 드라마계에서 은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임 작가 측은 “임성한 작가는 총 10개의 드라마 작품을 남긴 채 은퇴하는 계획을 세워왔다”며 “임성한 작가가 지난 2014년 네이버나 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프로필을 삭제한 것 또한 은퇴 준비의 하나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20년 가까이, 원 없이 미련 없이 드라마를 썼다고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속사 측의 말대로 임 작가는 지금까지 ‘보고 또 보고’ ‘온달 왕자들’ ‘인어 아가씨’ ‘왕꽃 선녀님’ ‘하늘이시여’ ‘아현동 마님’ ‘보석비빔밥’ ‘신기생뎐’ ‘오로라 공주’ 총 9개의 작품을 남겼으며, 오는 5월 종영하는 ‘압구정 백야’까지 포함하면 총 10개의 드라마 작품을 썼습니다. ‘압구정 백야’가 임 작가의 마지막 작품이 되는 것이죠.
1990년 KBS ‘미로에 서서’로 데뷔한 임 작가는 1998년 MBC ‘보고 또 보고’를 통해 시청률 50%를 돌파하며 ‘스타 작가’로 등극했습니다. 이후 MBC와 함께 ‘인어아가씨’ ‘왕꽃 선녀님’ ‘아현동 마님’ ‘오로라공주’ 등을 만들어 MBC 드라마국의 시청률 견인차 역할을 해왔습니다.
임 작가는 ‘시청률 보증수표’였지만 매 드라마마다 논란을 낳으며 ‘막장 대모’라는 불명예를 얻기도 했습니다. 뜬금없는 스토리 전개와 비윤리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극중 인물들이 차례대로 죽어 ‘임성한의 데스노트(살생부)’란 말까지 나왔죠. 보기에 불편한 드라마들이었지만 묘하게 빠져드는 중독성 때문에 시청률은 보장됐습니다.
언제나 논란의 중심에 섰던 임 작가였기에 그의 은퇴 소식은 더욱 시끌벅적하게 느껴집니다. 욕하면서 봤던 드라마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점에서는 아쉬운 시청자도 많을 것 같네요. 어찌됐든 임 작가의 은퇴는 기정사실입니다. 한치 앞을 모르는 그의 드라마 전개처럼 임 작가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집니다. hy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