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형 내거] 차세대 인간 비타민, 박보검이 왔다

[이 형 내거] 차세대 인간 비타민, 박보검이 왔다

기사승인 2015-05-06 09:22:55
사진=박효상 기자

[쿠키뉴스=권남영 기자] 처음부터 끝까지 어두컴컴한 영화 ‘차이나타운’에서 홀로 반짝이는 이가 있다. 그의 얼굴이 익숙지 않았던 관객들은 적잖이 당황했을지 모른다. ‘아니, 이 빛나는 생명체는 뭐지?’ 상영관을 나서며 스마트폰을 켠 관객들은 한번쯤 배우 박보검(22)을 검색해보지 않았을까.

‘차이나타운’에서 박보검은 해외로 도주해버린 아버지의 사채 빚을 떠안고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석현 역을 맡았다. 집이건 직장이건 사채업자들이 시도 때도 없이 들이닥쳐 행패를 부린다.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석현은 웃음을 잃지 않는다.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꿈도 단단히 붙잡고 있다. 그의 긍정 에너지는 일영(김고은)을 만났을 때 폭발한다.

돈을 받으러 찾아온 일영이 거칠게 문을 두드리자 석현은 해맑게 웃으며 그를 맞는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어디서 나오셨어요?” 이 장면에서 순간 스크린 전체가 새하얘지는 느낌이 든다. 사채업자에게 말끝마다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태연하게 식사까지 대접하는 그의 모습에 상영관 곳곳에선 웃음이 번진다.

박보검이 스크린에 등장할 때마다 무거운 긴장감은 녹아내린다. 싱그러운 그의 미소가 그렇게 반갑게 느껴진다. 한편으론 딱하다. 아픔이 서려있는 눈빛이 안타까워 괜스레 토닥여주고 싶어지기도 한다. 최근 인터뷰에서 만난 박보검은 “관객들이 석현이를 보시고 위로해주고 싶거나 김치찌개라도 끓어주고 싶은 마음이 드신다면 저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치찌개가 뭔가. 12첩 반상이라도 차려주고픈 지경이다.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적으로 한 발짝 성장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본인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인물을 연구하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연기에 대한 매력을 느꼈단다. 노래를 좋아해 싱어송라이터를 꿈꿨던 소년은 그렇게 어엿한 배우로 커가고 있었다.

데뷔 초 조인성을 연상시키는 훌륭한 마스크는 기대감을 한층 키운다. 180㎝를 넘는 훤칠한 키에, 이목구비는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 평범한 고등학생일 때 SNS에 올린 사진이 화제가 돼 유명세를 떨쳤을 정도다. 최근 여초 사이트에 심심찮게 오르는 박보검 관련 글과 사진들은 점점 높아지는 관심을 방증한다. 동갑내기 유승호·이현우 등과 나란히 차세대 청춘스타로 자주 거론되기도 한다.

바라만 봐도 흐뭇한데 끼도 상당하다. 박보검은 지난 1일부터 걸그룹 레드벨벳의 아이린(본명 배주현·24)과 함께 KBS2 ‘뮤직뱅크’ MC로 나섰다. 첫 방송만으로 진행은 물론 노래·춤 솜씨까지 합격점을 받았다. 투투의 ‘일과 이분의 일’을 선곡해 꾸민 MC 신고식이 포인트였다.

만약 이 무대를 놓친 이라면 당장 다시보기 영상을 찾아보길 바란다. 자연스레 엄마미소를 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여유가 된다면 SNS 사진을 몇 장 더 찾아봐도 좋겠다. ‘인간 비타민’을 만나게 될 것이다. kwonny@kmib.co.kr

코너명 : 자랑할 이?, 형 형兄, 어찌 내奈, 횃불 거炬. '어둠 속 횃불같이 빛나는 이 형(혹은 오빠, 언니)을 어찌 자랑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라는 뜻으로, '이 오빠 내 거'라는 사심이 담겨있지 않다 할 수 없는 코너명.
권남영 기자 기자
kwonny@kmib.co.kr
권남영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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