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보험금 지급 거절 사유…두 번 우는 암환자들

황당한 보험금 지급 거절 사유…두 번 우는 암환자들

기사승인 2015-05-09 02:00:55

[쿠키뉴스=김단비 기자] 김경희씨는 보험사가 정한 연간 한도액 이내에서 발생한 치료비를 보장해주는 유명한 민간보험상품에 가입돼 있지만 현재 수천만에 이르는 경구용 항암제 치료비를 전혀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왜 가입자는 보험사로부터 암환자에게 가장 일반적인 항암치료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거부당한 것일까.

실손형 민간의료보험 상품의 약관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입원기간 동안 들어간 치료비를 보장한다고 말한다. 이 약관조항의 맹점은 바로 ‘입원기간’이다. 김씨의 경우 경구용 항암제, 즉 병원에서 항암제를 처방받아 집에서 복용할 수 있는 치료제를 처방받았고, 보험사는 ‘환자가 입원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를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암환자들은 치료효과는 좋지만 수천만원에 달하는 경구용 표적항암제의 치료비를 보장받기 위해 퇴원하지 않고 계속 병실에 누워 있어야만 한다는 논리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특히 경구용 항암제로 연구·개발되고 있는 지금의 의료환경과 역행하는 꼼수조건이라는 것이다.


환자단체 관계자는 “천문학적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민간보험사가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말기암환자가 남은 인생을 병원 침대가 아닌 가정에서 경구용 표적항암제를 먹으며 행복하게 보내는 기회까지 빼앗는 반인권적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경구용 표적항암제의 실손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는 일부 민간보험사의 행위를 고발하는 1인 시위를 금융감독원 앞에서 진행 중에 있다.

이번 일과 관련된 민간보험사는 경구용 표적항암제를 복용하는 말기암환자를 대상으로 이미 지급한 보험금 2000여만원에 대해 반환청구를 주장하는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소송 제기 역시 민간보험사의 꼼수라는 지적이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소송이 진행되면 보통 3∼5년이 걸린다. 표적항암제를 복용하는 말기암환자들은 시간이 없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는 지급해야 할 보험금의 5분의 1도 안 되는 금액의 협상안을 제시할 것이다. 암환자들은 이 협상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홈쇼핑 채널을 통해 민영보험사의 다양한 보험상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여기서 세세하게 달린 약관조항을 읽어주더라도 한 번도 암환자가 되어보지 않은 일반인들은 이 조건들이 훗날 어떤 방식으로 보험사에 유리하게 작용할지 판단하기가 힘들다.


한편, 보험사와 보험가입자 간에 분쟁이 일어나도 이를 해결해 줄 기관이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김종명 내가만드는복지국가 팀장은 “보험사의 횡포를 해결해주는 기관이 지금에는 금융감독원 정도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실질적인 분쟁을 해결해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지급하라는 식으로 해결해주지 않는다. 가입자들은 억울해도 하소연할 곳도 없고 도움을 청할 곳도 없다. 실손형 의료보험에 가입하면 모든 질병이나 사고를 전부 보상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실손형 의료보험은 보장해주지 않는 영역이 많다. 보험회사는 자신들이 안게 될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조건들을 달아놓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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