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기자의 화장대] 자외선 차단 안 되는 자외선 차단제?

[구기자의 화장대] 자외선 차단 안 되는 자외선 차단제?

기사승인 2015-05-22 10:04:55

미국에서 시중 판매 자외선 차단제(선크림) 중 무려 1/3이 효능 미달이라는 소식이 매우 놀랍습니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소냐 쿡 박사가 미국의 소비자 보고서인 컨슈머리포트의 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습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34개 선크림 제품 가운데 11개가 제품에 명시한 '자외선 차단 기능'에 16~70% 미달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겁니다.

심각한 일입니다. 선크림 회사들이 고객을 속이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말이죠. 한국에서의 조사도 살펴볼까요?

지난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의뢰를 받고 조사에 착수한 소비자시민모임에 따르면, 유명 외국 브랜드인 클라란스와 록시땅의 선크림 제품의 자외선 차단기능이 표시된 것보다 낮았습니다. 클라란스의 ‘UV+ HP데이 스크린 하이 프로텍션’은 자외선차단지수(SPF)가 40, 자외선A 차단등급(PA)이 ‘트리플플러스(+++)’로 표시됐지만 실제 SPF는 18, PA 등급은 ‘더블플러스(++)’였습니다. 록시땅의 ‘브라이트닝 쉴드 앤 썬스크린’도 SPF가 40으로 표시됐지만 실제 SPF는 22로 나타났습니다.

이 제품들은 차단 효과가 비슷한 국산 브랜드 ‘미샤 마일드 에센스 선 밀크(SPF 45, PA+++, 10mL당 가격 2829원)’와 비교해 가격이 약 7.4배(록시땅), 5배(클라란스) 수준이었습니다. 가격만 비싸고, 품질은 좋지 않은 것이죠.

해당 브랜드들은 '약식으로 진행된 실험 방법에 문제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글쎄요. 그들 입장에서의 변명으로밖에 안 들리는 것은 왜일까요. 해당 브랜드들은 발표 이후에 자사의 실험 공개 등 별도의 조처 없이 그대로 제품을 팔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품 성능을 속시원히 공개했으면 이런 논란은 안 일었을 텐데 말이죠.

대개 자외선 차단 제품을 고를 때는 자외선차단지수(숫자)와 자외선A차단등급(+)을 살피게 됩니다. 자외선 차단지수(SPF, Sun Protection Factor)는 피부암의 원인으로 꼽히는 자외선 B의 차단 정도를 나타냅니다. 자외선 A차단등급(PA, Protection grade of UVA)는 자외선 A 차단효과를 뜻하고, +로 나타나게 되죠. 지난 20일 발표된 서울대 의대 윤현선 교수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가 선크림을 살 때 가장 중시하는 선택 기준은 SPF(자외선 B 차단지수)로 SPF 30 이상인 선크림을 고르는 경우가 83.3%에 달한다고 합니다.

보통 자외선 차단지수가 높고, 자외선 A차단등급이 높을수록 자외선을 더 잘 막아줍니다. 보통 두 수치가 높은 제품이 가격이 비싸죠. 그런데 소비자들이 열심히 살펴보는 이 지수를 속이다니요. 이는 고객에 대한 기만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품 구매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거짓으로 전달하는 것이니까요.

외국 선크림들은 가격이 너무 비쌉니다. 소시모 조사 결과, 가격이 가장 비싼 제품은 프랑스 브랜드인 ‘시슬리’의 ‘쉬뻬 에끄랑 쏠레르 비자쥬 SPF50+’로 10mL당 무려 5만 원이었습니다. 이는 SPF 50 이상 제품 중 가격이 가장 싼 국산 제품인 ‘홀리카홀리카’의 ‘UV 매직 쉴드 레포츠 선’(10mL당 1780원)보다 28배로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성인 선크림뿐만 아니라, 외국산 유아용 선크림도 국산 가격의 최대 6배의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전소비자연맹이 지난해 국산 15개, 외국산 16개 제품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외국산 가격은 평균 4345원으로 2558원인 국산보다 70% 비쌌습니다. 프랑스 비올란의 아기전용 선크림(7347원)은 국산인 더퓨어 아임키즈 야외놀이 선크림(2557원)의 3배 수준입니다.

외국제라고 좋아하지 말고, 포장지 겉면에 씌어진 수치뿐 아니라 실제 성능까지 꼼꼼히 살펴보는 '똑똑한 소비자'가 되어야겠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자외선 차단 지수가 형편없이 낮은 제품을 살 수도 있다니까요. 이런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업체들이 괘씸할 뿐입니다.

선크림을 얼마나 자주 쓰느냐는 우리 몸의 건강에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미국 유명 배우인 휴 잭맨은 선크림을 잘 바르지 않아 피부암이 발병돼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선크림을 바르지 않으면, 쉽게 노화가 오고 각종 피부염증과 피부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고 합니다.

최근 '선크림을 바릅시다' 게시물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죠. 이 게시물에서는 예쁜 여인의 사진을 보여주고, 같은 여인에 대해 UV카메라로 피부를 측정한 사진을 보여줍니다. 아무리 예쁜 여인도 피부 노화 및 잡티 정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더군요. 나이와 상관없이, 선크림을 얼마나 발랐느냐에 좌우되는 겁니다.

피부는 매우 연약하고, 한번 망가지면 돌이킬 수 없는 정도로 변해버리기 때문에 관리가 매우 중요하죠. 선크림, 꼭 알아보고 똑똑하게 골라야겠습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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