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프로듀사’ 갑중갑들이 벌이는 을·병·정 대결… 허물 없는 일상 시선 끌었다

[친절한 쿡기자] ‘프로듀사’ 갑중갑들이 벌이는 을·병·정 대결… 허물 없는 일상 시선 끌었다

기사승인 2015-05-29 12:05:55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KBS2 예능 드라마 ‘프로듀사’의 제목은 재미있는 의미를 지닙니다. 1화 에필로그에서 신입 PD가 된 백승찬(김수현)의 아버지는 “검사, 의사… ‘프로듀사’?”라며 이른바 ‘사짜 집안’이 됐음을 강조하죠. 그러나 의외로 이들 직업에는 다른 공통점도 있습니다. 바로 다른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칼자루를 쥐고 있다는 점입니다.

★ 을의 목숨 좌지우지하는 절대갑 프로듀사, 을 앞에서 또 병이다

흔히 지상파 방송국 PD들은 ‘절대갑’으로 불립니다. 실제로 드라마 속에서도 가수들의 매니저들은 KBS 카페 앞에서 상주하며 ‘뮤직뱅크’ PD의 기분만을 살핍니다. PD의 기분이 좋아야 그나마 새로 키우는 신인들이라도 어필 한 번 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한 매니저는 ‘뮤직뱅크’를 담당하는 탁예진 PD(공효진)가 외제차 ‘문콕’을 하는 바람에 남의 차 수리비를 물어주게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그 차가 내 차였으면 좋았을걸!” 하고 탄식합니다.

그러나 의외로 이들도 을 앞에서 더한 을, 즉 ‘병’이 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탁예진 PD는 1위 후보로 등극한 톱가수 신디(아이유)가 “절대로 무대의상을 바꾸지 않겠다, 바꿔야 한다면 방송에 나가지 않는 게 낫다”고 버티자 주변 사람들을 모두 물린 후 신디에게 “내 사정 좀 봐 달라, 나도 그 의상은 예쁘다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애걸합니다. 고달픈 ‘먹고사니즘’이 가슴에 와 닿는 순간입니다. 분명 데뷔 당시에는 신디도 탁 PD 앞에서는 을이었겠지만, 명성을 얻고 난 후에는 절대갑이 됩니다.

그런 신디도 또 고고한 ‘절대갑’만은 아닙니다. 자신의 안티카페 회원수에 놀라다가, 나중에는 자신의 안티카페에 가입해 연애상담까지도 하죠. 까칠하고 도도한 모습만 보이는 것 같지만 신입 PD가 사온 호떡을 당연히 자신에게 보내는 성의인 줄 알고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가 “드릴 수 없다”는 말에 물러서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냅니다.

★ 세대교체의 순간, 2030 그대로 직시하는 드라마

흔히 드라마들에는 명확한 선악구도가 존재합니다. 선한 주인공은 시청자들의 몰입을 요구하며 절대악에 대항하죠. 그러나 예능국이 제작한 ‘프로듀사’에는 선악 구도가 없습니다. 그 대신 인간 군상을 명확히 보여주죠. 주인공인 탁예진 PD는 ‘생활형 민폐녀’입니다. 보통 드라마에서 일컫는, 남자에게 부딪치거나 넘어지거나 본의 아니게 민폐를 끼치는 것과는 다릅니다. 탁 PD는 아무 생각 없이 문을 벌컥벌컥 열어 남의 차에 ‘문콕’을 해 놓고는 “왜 차를 이따위로 대냐”며 화를 내고, 제가 당연히 물어줘야 할 차 수리비 83만원을 신입 백승찬 PD에게 하루에 5만원, 가끔은 3만원씩 할부로 건네죠.

차태현이 연기한 라준모 PD는 어떻구요. 시청률 바닥인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의 새로운 리뉴얼을 위해 여배우들에게 하차 통보를 하는 상황에서 메인 PD인 라준모는 새로 온 신입 백승찬에게 가장 무서운 원로 여배우 윤여정에 대한 하차 통보를 맡깁니다. 무책임하죠. 신입 백승찬이 일처리가 유려하지 못한 것은 당연하고, 결국 윤여정은 남들 앞에서 망신을 당합니다. 라 PD는 여기서도 백승찬 탓을 하며 화를 내죠. 주인공 치고는 정말 ‘지질’한 성격들입니다.

그렇다면 신입들은 어떨까요? 백승찬은 ‘FM’만 머릿속에 있는 매뉴얼형 PD입니다. 결국 진심은 통한다지만, 백승찬은 신디의 기획사 변대표에게 ‘속물’ ‘장사’ 등으로 그의 기획을 폄하하는 무례를 저지릅니다. 처세술에 익숙지 않은 것이죠. ‘뮤직뱅크’의 막내 작가 다정이는 탁 PD가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귀에 이어폰을 꽂고, 마이 페이스로 일합니다. 어른들이 보면 쯧쯧 혀를 찰만한 일이지만 탁 PD는 그에 대해 크게 뭐라 하는 대신 “요즘 애들은”이라는 말을 속으로 삼킵니다. 몇 년 전까지는 자신이 ‘요즘 애들’이었을 30대 탁 PD와 20대 작가의 세대교체를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우리의 일상이기도 하죠.

우리가 머릿속으로만 생각해왔던 ‘갑중갑’들의 일상이 우리와 다를 게 없다는 것에 시청자들의 반응도 좋습니다. 케이블 방송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시청률이 연일 하락세를 그리는 작금의 지상파 시청률 중에서 11%(닐슨코리아 기준·5.23)라는 두 자릿수 시청률은 꽤 고무적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PD들의 반응입니다. 지상파·케이블 가릴 것 없이 PD·작가들의 호응이 가장 좋답니다. “백 PD를 보면 신입 때 생각이 난다” “라 PD를 보며 나쁜 놈이라고 하다가도 나도 다를 것 없다 싶어 반성하게 된다”는 의견들이 우세합니다. KBS 예능국의 자존심을 걸고 만들었다는 ‘프로듀사’가 어떻게 진행돼나갈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시선을 끌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rickonbge@kmib.co.kr
이은지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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