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사기단 등친 간 큰 아줌마 ‘통쾌하긴 하지만 선을 넘었어요’

보이스피싱 사기단 등친 간 큰 아줌마 ‘통쾌하긴 하지만 선을 넘었어요’

기사승인 2015-06-03 12:21:55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50대 여성이 보이스피싱 사기단이 피해자에게서 갈취한 돈을 중간에서 가로채고, 사기단을 협박해 추가로 돈까지 뜯어내다가 결국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최모(58·여)씨를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달 25일 정오쯤 은행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로부터 “신용등급이 낮아도 대출이 된다”는 전화를 받고 통장, 신분증, 도장 등을 챙겨들고 이튿날 오전 10시쯤 강동구 천호역 앞에서 현금회수책 B씨와 접촉했다.

이들은 ‘시나리오’대로 최씨에게 “회삿돈으로 거래실적을 쌓아 신용등급을 높여야 대출이 된다. 계좌로 돈을 넣어주면 인출해서 건네줘야 한다”고 현혹했다.

손쉽게 사기극에 성공하는 듯 했지만 사실 속고 있는 건 자신들이었다.

최씨가 처음부터 A씨와 B씨가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이란 사실을 알고 돈을 가로챌 속셈으로 속아 넘어간 척 연기를 했던 것이다.

최씨는 천연덕스럽게 B씨와 대출계약서 등 관련 서류를 작성했고, 3시간 뒤인 오후 1시 36분에 인근 은행에서 자신의 계좌로 입금된 사기 피해금 5000만원을 인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하지만 최씨는 이중 2000만원만 현금으로 인출하고 나머지 3000만원은 자기 소유의 다른 은행 계좌로 이체한 뒤 “창구에 현금이 모자라 다른 은행으로 송금했다”고 둘러댔다.

눈치를 챈 B씨는 “사실 우린 보이스피싱 조직”이라고 밝힌 후 “주변에 조직원이 쫙 깔려 있으니 다른 맘 먹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은 후 2천만원 중 500만원을 최씨에게 건넸다.

하지만 최씨는 겁을 먹기는커녕 “경찰에 신고하거나 나머지 돈을 안 줄 수 있다”고 협박해 500만원을 더 뜯어냈다.

이후 사기단인 최씨가 3시간이 넘도록 여의도 등 서울 곳곳으로 끌려 다니는 ‘촌극’이 벌어졌고, 최씨는 결국 송파구 잠실동의 한 은행 앞에서 B씨를 따돌리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나머지 3000만원을 인출하려 인근의 다른 은행으로 달려간 최씨는 그 자리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택시 뒷좌석에서 최씨와 B씨가 벌이는 수작을 보고있던 택시기사가 최씨가 내리자마자 경찰에 신고했던 것.

최씨가 가로챈 4000만원을 회수해 피해자에게 돌려준 경찰은 현재 B씨 등의 행방을 쫓고 있다. afero@kmib.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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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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