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혜리 기자] 요즘 TV 드라마를 틀면 ‘연기돌’(연기하는 아이돌)이 나온다. 거의 모든 드라마에 ‘연기돌’들이 주연을 꿰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너도나도 연기에 도전하는 아이돌들과 이들 중 몇몇이 펼치는 ‘발연기’에 시청자들은 ‘연기돌’에 대한 불신이 생길 정도다.
수많은 연기돌 중 눈에 띄는 이가 있다. 안정적인 연기력과 진중한 마스크로 아이돌보다 배우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린다. 그 흔한 ‘발연기’ 논란도 없었다. 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 멤버 박형식의 이야기다.
2010년 제국의 아이들 막내로 데뷔한 박형식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광희, 동준, 시완 등 다른 멤버들이 먼저 두각을 보였고, 박형식은 조금 늦게 알려졌다. 하지만 이내 MBC ‘일밤-진짜 사나이’에 출연하며 ‘빵’ 터졌다. 낯선 군 문화에 적응 못하는 어리바리한 군인의 모습으로 ‘아기 병사’라는 별명을 얻으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것이다.
이후 연기에도 도전했다. tvN ‘나인’, SBS ‘상속자들’, KBS2 ‘가족끼리 왜이래’ 등에 출연하며 연기자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가족끼리 왜 이래’를 통해 2014년 ‘KBS 연기대상’에서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연기돌’ 타이틀 보다는 배우로서 한 걸음 더 성장하게 된 셈이다.
현재 방영 중인 SBS ‘상류사회’에서 박형식은 첫 주연 신고식을 치렀다. 이전에 출연했던 예능이나 드라마에서 비춰지던 ‘막내’ 이미지를 말끔히 지우고 변신에 성공했다. ‘상류사회’의 재벌 2세 유창수를 연기하는 박형식은 남자로 성장했다.
박형식 역시 본인의 이미지를 잘 알고 있었다. 지난 6일 ‘상류사회’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형식은 “팀에서도 막내, 드라마 현장에서도 막내로 어딜 가도 막내였다. 늘 싹싹하게 형님들에게 잘 했어야 했다”면서 “그러다보니 역할도 막내아들, 철부지 고등학생 등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지상파 드라마의 첫 주연을 맡게 되자 박형식도 부담감이 생겼을 터. 대본에 나와 있는 샤워신, 옷이 벗겨지는 장면 등을 보고 자발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단다. 그는 드라마 촬영 한 달 전부터 닭가슴살과 샐러드만을 먹으며 운동을 했다. 피나는 노력 끝에 선명한 복근을 만들었고, 여심을 흔드는 장면들을 완성할 수 있었다.
외모 뿐 아니라 연기 면에서도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였다. 뻔한 재벌2세 캐릭터가 아닌 박형식만의 유창수를 그려냈다. 작은 일에 쉽게 상처받고, 찌질하면서도 유치한 유창수의 모습은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성했다는 평이다. 더불어 ‘커플 케미’도 만들어냈다. 극 중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부자인 알바녀 이지이(임지연)와 유창수의 알콩달콩 로맨스는 ‘상류사회’의 관전 포인트가 됐다.
박형식은 자신의 연기 성장을 칭찬하는 말에 겸손함을 보였다. 늘 배우는 자세로 배우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는 “사실 내가 전문적으로 연기를 공부한 것이 아니라서 부족함이 많았는데, 하늘같은 선배님들께 많이 배웠다”면서 “그렇게 하나하나 곁에서 배운 점들을 이번 ‘상류사회’에서 그대로 보여드리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유이, 성준, 임지연 등 또래의 연기자들에게도 배우고 있다. 항상 ‘배움의 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수로서, 배우로서 차곡차곡 쌓아온 박형식의 내공이 ‘상류사회’를 통해 ‘포텐’(잠재력)이 터지고 있는 모양이다. 어엿한 배우로 인정받는 박형식의 또 다른 모습은 무엇일지 기대가 모아진다. hye@kmib.co.kr
코너명 : 자랑할 이?, 형 형兄, 어찌 내奈, 횃불 거炬. ‘어둠 속 횃불같이 빛나는 이 형(혹은 오빠, 언니)을 어찌 자랑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라는 뜻으로, ‘이 오빠 내 거’라는 사심이 담겨있지 않다 할 수 없는 코너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