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차남 신동빈(60·사진) 롯데그룹 회장이 17일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완승’을 거뒀다. 이에 따라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은 사실상 그의 ‘원톱’ 체제가 됐다.
1955년에 일본에서 태어난 신 회장은 아오야마 가쿠인(靑山學院) 대학 경제학부, 미국 컬럼비아대학원 경영학석사(MBA)를 졸업한 후 1981년부터 1988년 2월까지 일본 노무라(野村) 증권의 런던 지점에서 일하며 국제적 금융감각을 키웠다.
아버지가 창업주인 롯데에서 사회생활의 첫 걸음을 떼지 않고 다른 회사에서 평사원으로 먼저 근무한 것은 경험과 겸손을 배울 수 있도록 한 신 총괄회장의 배려인 동시에 하나의 ‘경영수업’이었다는 게 롯데 관계자의 설명이다.
신 회장은 이때를 선진 기업들의 재무관리와 국제금융 시스템을 피부로 접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신 회장은 1988년 일본롯데 상사에 들어간 데 이어 1990년에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입사하며 한국롯데와 인연을 맺었다. 1997년 롯데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등 후계자 과정을 단계적으로 밟았고, 2004년 10월 롯데 정책본부 본부장 취임을 시작으로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서게 된다.
평소 차분하고 말수가 적은 것으로 알려진 신 회장이지만 사업적으로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2006년 롯데쇼핑을 한국과 영국 증권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시켰다. 2004년 정책본부장을 맡은 후 하이마트, 말레이시아 타이탄케미칼, 중국 대형마트 타임스 등 국내외에서 30여 건의 크고 작은 M&A(인수·합병)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그룹의 핵심역량을 강화하고 계열사 간의 시너지를 키웠다.
신 회장은 2011년 2월에는 롯데그룹 정기임원 인사에서 국내 재계 5위 그룹의 회장이 됐다.
지난해에는 숙원사업이었던 맥주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했으며, ‘KT금호렌탈’ 인수를 계기로 렌터카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이처럼 해외진출과 M&A를 통한 적극적인 경영활동으로 신 회장이 정책본부장에 취임할 당시인 2004년 23조원이던 그룹 매출은 2013년 83조원을 넘어섰다.
애초 롯데그룹의 후계자 구도는 ‘일본 롯데 신동주’ ‘한국 롯데 신동빈’이었지만 지난해 말 신동빈 원톱 체제로 서서히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지난해 12월 26일 긴급 임시이사회를 열어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을 롯데 부회장·롯데상사 부회장 겸 사장·롯데아이스 이사 등 계열사 3곳 직위를 해임했다.
그는 올해 1월 8일 일본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롯데홀딩스에서도 해임되면서 일본 롯데의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이어 신 전 부회장은 한국 롯데그룹 내 주요 계열사 등기임원에서도 잇따라 물러났다.
그는 3월 롯데건설 등기임원에서 배제된데 이어 롯데리아 주주총회에도 재선임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신 전 부회장은 롯데상사, 롯데건설, 롯데리아의 경영권에서 배제됐다.
반면 신 회장은 롯데그룹 전체와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지배력을 강화해 나갔다.
그는 올해 3월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의 등기이사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호텔롯데는 일본롯데와 한국롯데그룹을 연결하는 핵심계열사로 꼽히는 만큼 등기이사 선임은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전까지 호텔롯데 등기이사에는 신 총괄회장, 신 전 부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만이 이름을 올렸다.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지분 47%가량을 보유한 일본 롯데홀딩스다.
여기에 호텔롯데는 롯데쇼핑 주식 8.83%, 롯데칠성 5.93%, 롯데제과 3.21%, 롯데리아 18.77% 등 그룹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한국 롯데그룹의 실질적인 지주역할을 하고 있다.
신 회장은 롯데호텔에 이어 부산롯데호텔의 이사에도 선임됐다.
부산롯데호텔도 롯데리아 11.79%, 롯데캐피탈 11.47%, 롯데푸드 4.76%, 롯데쇼핑 0.78% 등의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신 회장의 ‘독주 체제’가 자리를 잡아가는 가운데 신 회장의 일본 롯데그룹 동시 경영 가능성을 예고하는 이벤트도 있었다.
지난 3월 베트남에서 신 회장 주재로 열린 ‘글로벌 식품 전략회의’에서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가 ‘원 롯데, 원 리더(하나의 롯데, 하나의 지도자)’라는 문구를 한국·일본 롯데 식품 계열사 대표에게 제시하고 “한국과 일본 롯데는 한 명의 리더 아래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신 회장이 7월 16일 공식적으로 일본 롯데그룹의 경영까지 맡게 됨으로써 한일 양국 롯데그룹의 공동회장 격의 지위로 올라섰다.
여기에 맞서 장남인 신 전 부회장이 부친인 신 총괄회장을 내세워 반격을 시도하기는 했지만 신 회장이 이달에 호텔롯데의 최대주주격인 L투자회사 12곳의 단독 대표이사에 오른데 이어 이날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완승을 거둠으로써 ‘원톱’ 체제를 확고해 졌다.
물론 신 회장은 여전히 ‘난관’을 안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왕자의 난’ 과정에서 불거진 롯데는 ‘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어떻게 쇄신하느냐가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향후 제기될 신 전 부회장의 법적 소송을 어떻게 대처할지 등 각종 현안이 산적해 있어 행보가 그리 순탄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afero@kmib.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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