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현섭 기자] * 때로는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 한 마디가 현재의 사회 현안을 관통합니다. 뻣뻣하고 장황한 논평보다 단 한마디가 듣는 이들의 가슴을 더 시원하게 해 주기도 하고, 후벼 파기도 합니다. 연재 ‘뼈대(뼈 있는 대사) 있는 기사’ 입니다.
‘웃프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웃기면서 슬프다’를 줄여 우스꽝스럽게 이르는 건데요. (사실 꼭 요즘만 그런 건 아니지만) 요즘 여야를 보고 있으면 이 ‘웃프다’라는 표현이 ‘딱’입니다.
지난 17일이었습니다.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윤후덕 의원을, 새정치민주연합은 심학봉 의원을 놓고 서로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새누리당 쇄신파 모임 ‘아침소리’의 하태경 의원이 이날 자체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앞에서는 재벌 개혁하자면서 뒤로는 취업 청탁을 하는 일종의 ‘패키지 딜’을 한다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부적절한 행동이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본인이 사죄했지만 윤리위에 회부해 징계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윤 의원은 딸이 지원한 LG디스플레이에 “실력이 있는 아이면 잘 좀 들여다 봐 달라”는 전화는 했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자 새정치연합도 지지 않았습니다.
새정치연합 서영교 의원은 같은 날 국회 정론관 회견에서 ‘성폭행 의혹’으로 탈당한 심 의원을 다시 도마 위에 올려 “아직도 새누리당에서는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 낸 세금으로 성폭력 의혹이 있는 심 의원에게 월급을 줄 수는 없다”고 비판하면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원유철 대표, 그리고 새누리당의 여성 의원들은 뭐하고 있느냐. 박근혜 대통령은 심 의원을 사퇴시켜야만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심 의원은 단 2시간의 조사로 혐의가 없다고 본 경찰의 부실·봐주기 논란 이후 검찰에서 ‘재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10년 넘게 성범죄를 다뤄 온 베테랑 여검사까지 투입했다고 하죠.
자신들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자체 조치에 골몰하기는커녕, 뭔가 찔리는 어린 아이가 다른 친구를 내세워 “쟤 좀 보래요”하는 것과 다를 게 없는 유치한 행태나 보여주는 모습에서 국민들은 그저 헛웃음만 나옵니다.
그런데 이 ‘촌극 시리즈’가 여기서 끝나질 않습니다.
다음 날인 18일엔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 아들의 정부법무공단 소속 변호사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김 의원은 “만약에 책임질 일이 있으면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결백을 장담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 대단원의 절정은 다시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박기춘 의원이 같은 날 밤에 구속되는 걸로 장식됐습니다.
그는 2011년부터 올해 2월까지 분양대행업체 I사 대표 김모(44·구속기소)씨에게서 명품 시계와 안마 의자, 현금 등 무려 3억5800만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고, 이를 감추기 위해 경기도의원 출신 정모(50·구속기소)씨를 시켜 그동안 받은 금품을 김씨에게 돌려준 혐의까지 받고 있습니다.
2004년 경기 남양주을에서 17대 의원으로 당선된 이래 ‘남양주 대통령’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지역구에서 신망이 두터웠고 고졸 학력을 극복하고 행정학 박사, 3선 국회의원 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기에 실망, 배신감은 더 클 수 밖에 없습니다.
국회의원들의 입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소리 중 하나가 ‘특권 내려놓기’입니다. 그런데 불미스런 일이 벌어졌다하면 꼭 ‘특권’과 관련이 있습니다. 여기에 성폭행 의혹이란 추문으로 그야말로 ‘화룡점정’을 찍었습니다. 그런데 이 분들의 집안(당) 어른들은 창피해하기는커녕 침 튀겨가며 옆집을 비난합니다.
2005년 작품인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배우 이영애씨가 냉소적인 눈빛으로 날리는 명대사가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너나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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