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김상순 별세…아이돌 세대는 모르는 ‘수사반장’의 추억

[친절한 쿡기자] 김상순 별세…아이돌 세대는 모르는 ‘수사반장’의 추억

기사승인 2015-08-26 15:24:55
"왼쪽부터 최불암

故 남성훈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원로배우 김상순씨가 25일 별세했습니다. 향년 78세. 고인은 최근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투병생활을 이어 왔다고 합니다.

고인하면 떠오르는 건 뭐니 뭐니 해도 MBC 드라마 ‘수사반장’입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정말 말도 안 되는, 무려 ‘18년’(1971.3.6~1989.10.12) 동안이나 방영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장수 드라마입니다. 그만큼 인기가 엄청 났습니다. 범죄자가 ‘드라마 속’ 반장인 최불암씨에게 전화를 걸어 자수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만만한 게’ 형사를 소재로 한 드라마이지만 당시는 형사 드라마가 국내 시청자들에게 생소했던 시절입니다. 이후 국내에 나온 수 많은 형사 드라마의 ‘효시(嚆矢)’인 셈이죠. 최불암씨와 부하 형사로 나온 고인과 고(故) 조경환 씨, 고(故) 남성훈 씨는 요즘의 아이돌 스타 못지않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수사반장의 형사 3인방이 모두 고인이 됐네요.

수사반장이 종영된 1989년은 30대 중반인 제가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이니 20대는 당연하고 30대 초반 정도의 독자들도 잘 모를 겁니다.

그들을 위해 ‘팁(Tip)’을 주자면,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배우 송강호씨가 취조실로 쓰는 지하실에 앉아 TV에서 흘러나오는 ‘빠바바바밤 빠밤’하는 테마음악을 입 모양으로 따라하며 “저건 음악이 좋아, 음악이”하던 게 바로 드라마 수사반장을 보고 있는 장면입니다.

더 최근으로 와보자면 영화 ‘극비수사’에서 주인공인 부산 형사로 나오는 배우 김윤석씨에게 상관이 서울에 설치된 수사팀으로 합류하라며 “거기 팀장이 수사반장 실제 모델이라네”라고 했던, 그게 바로 고인이 출연했던 드라마 수사반장입니다.

영화에선 ‘서정학(정호빈 분) 팀장’으로 나왔지만 최불암씨가 열연했던 수사반장의 실제 모델은 약 40년 간 강력계 형사로 활약한 최중락(86) 전 총경입니다. 부산 동래서 수사과장, 서울시지방경찰청 형사과장 등을 거치며 잡아들인 범죄자가 1000명이 훨씬 넘는다고 하니 그의 활약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갑니다. 대도(大盜) 조세형(77)을 처음 검거한 주인공도 최 전 총경입니다.

수사반장은 실제로 최 전 총경의 자문, 소재 및 자료 제공을 통해 제작됐습니다. 출연진의 열연과 함께 이처럼 철저한 고증을 통해 살려낸 리얼리티 역시 이 드라마가 롱런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습니다.

희미하게 기억이 나는 수사반장의 장면이 있습니다. 형사 4인방은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어리석은 선택을 한 나이 어린 범인을 잡는데 그치지 않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범인이 새 사람이 된 후 형사 4인방과 한자리에 앉아 훈훈한 분위기 속에 술을 마십니다.

요즘 같으면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 ‘손발 오그라드는’ 장면일지 모르지만, 당시 초등학생이었기 때문에 ‘경찰하고 나쁜 사람(범인)이 저럴 수도 있구나’하고 신기해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처럼 형사 드라마 임에도 오로지 ‘형사’와 ‘범죄자’, ‘경찰’과 ‘범죄’만 그리지 않고 ‘인간’을 담아낸 것도 수사반장의 매력이었습니다.

별세 소식에 ‘김상순’이 하루종일 검색어 1위입니다. 세월이 흘러 원로배우가 돼 잊혀진 듯 했지만 아니었나 봅니다. 수사반장의 ‘김상순 형사’가 그만큼 강렬했기 때문일까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afero@kmib.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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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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