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의경 사망 ‘총기사고’…장난인 듯, 장난 아닌, 장난 같은 욕구

[이슈 인 심리학] 의경 사망 ‘총기사고’…장난인 듯, 장난 아닌, 장난 같은 욕구

기사승인 2015-08-27 11:07:55
YTN 보도 화면 캡처

"지난 25일 오후 5시쯤 서울 구파발 검문소에서 총기사고가 일어나 20대의 꽃다운 의경 1명이 사망했다.

이 사건을 조사 중인 은평경찰서에 따르면 이 검문소 감독관인 박모(54) 경위는 조끼에서 권총을 꺼내 ‘장난’을 치다가 실탄이 격발됐다고 진술했다. 이로 인해 왼쪽 가슴에 총상을 입은 박모(21) 상경은 사고 직후 도착한 119 구급대원에 의해 심폐소생술을 받은 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박 상경은 병원 도착 전에 이미 숨진 상태였다.

경찰에 따르면 박 경위는 의경들이 간식을 먹은 것에 대해 “너희끼리 먹느냐”면서 소지하고 있던 권총을 꺼내들었다. 이어 숨진 박 상경 등 의경 3명을 향해 권총을 쏘는 흉내를 내다가 실제로 발사된 것이다.

정신분석학파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1902년 자신의 책 ‘일상생활의 정신병리학(Psychopathology of Everyday Life)’에서 ‘말실수(slip)’에 대해 설명했다.

골자는 우리가 말실수를 하는 것은 단순한 그 자체의 ‘실수’가 아니라 마음 속에서 그렇게 하고 싶다는 ‘욕구’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모임에서 개회사를 선언해야 할 사람이 마이크를 잡더니 “이제 폐회를 선언합니다!”라고 말했다고 하면 이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마음속에서 일찌감치 폐회를 원하고 있었던 ‘욕구’가 드러난 현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실수를 저지른 사람은 모임 개최를 반대했던 사람이었다. 말의 실수와 행동의 실수는 같은 욕구에서 나타나는 결과이다.

많은 경우 ‘실수’는 우연이 아닌 것이다.

은평서 관계자는 26일 “고의로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고무를 제거한 것에 대해 “그건 왜 그렇게 했는지 더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경위의 경우에서 ‘완전한 실수’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은 바로 이 ‘고무’에 있다. 단순 ‘실수’의 경우에는 총의 손잡이만 잡고 쏘는 흉내만 내는 경우이다. 하지만 잠금장치 역할을 하는 ‘고무’를 일부러 제거해가며 방아쇠를 실제로 당긴 것은 의심스런 대목이다.

50대 경찰에게 총이 아무리 익숙하더라도 방아쇠에 손을 올려놓고 장난을 치는 것은 인지가 다르다. 그 이유는 총은 늘 실탄이 격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위험성이 있는 총의 경우에 장난을 칠 때는 방아쇠에는 손을 대지 않고 손잡이만 대는 것이 정상적인 심리다.

박 경위가 꺼내 든 38구경 권총 탄창에는 12시 방향에 첫 번째 실탄이 위치하도록 장전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총기 관련 규정에 따르면 총 6발이 들어가는 38구경 권총 탄창은 12시 방향은 비워두고 두 번째 구멍은 공포탄, 3~6번째 구멍은 실탄을 장전하도록 돼 있다. 총이 발사되지 않도록 방아쇠울에 고정해 잠금장치 역할을 하는 고무를 뺐다.

단순히 손잡이만 잡고 흉내만 낸 게 아니라 방아쇠를 실제로 당긴 것도 놀라운데 ‘잠금장치를 일부러 제거해가며’ 장난을 쳤다는 것이다. ‘장난’과 ‘의도적인 고무빼기’는 무의식과 의식이 충돌하는 부분이다. 장난은 무의식이지만 고무빼기는 의식이다. 절대 서로 연결되지 않는다.

경찰은 박 경위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박모 상경과의 평소 관계와 검문소 생활관에 있었던 다른 의경들과의 관계, 그리고 박 경위의 가족관계도 꼭 조사를 해봐야 할 것이다.

사건은 늘 그 이전에 일어난 피해자의 마음 속 원인이 숨겨져 있기 마련이다.

‘장난’이라고 하기엔 박 모 상경의 사망이 너무 허무하다. 국민들에게 더 이상의 허무감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욱 철저한 조사가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총보다 더 무서운 국민들의 ‘눈총’을 받게 될 수 있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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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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