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 심리학] 이번엔 장재석…잿밥이 염불이 돼 버린 스포츠 스타의 추함

[이슈 인 심리학] 이번엔 장재석…잿밥이 염불이 돼 버린 스포츠 스타의 추함

기사승인 2015-08-28 21:00:55
사진=KBL 제공

프로농구계에 또 악몽이 찾아 왔다.

28일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사이버수사대에 따르면 현 국내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스 소속 선수인 장재석(24·센터·204㎝·사진)을 비롯해 원주 동부 프로미 소속 안재욱(27·가드·178㎝), 부산 KT 소닉붐의 김현민(27·포워드·199㎝) 등을 ‘불법스포츠도박’을 한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을 포함해 프로농구와 유도 등 전·현직 운동선수가 총 20여명이 수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고 한다.

한국농구의 ‘레전드’ 강동희 전 감독과 ‘명장’ 전창진 전 감독의 승부조작·불법도박 의혹에 이어 현직 선수들까지, 지금 프로농구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위기다. 겨울스포츠 왕자의 자리를 프로배구에 내어 주기 직전(이미 그렇게 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이다.

이번에 조사를 받고 있는 장재석은 2012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로 프로 무대에 입성했다. ‘토종 빅맨’의 자존심을 세워 줄 선수 중 1명으로 촉망을 받고 있는 선수이다. 남부러울 것 없는 이들. 이른바 ‘스타’가 왜 불법도박에 손을 댈까?

심리학 용어 중에 ‘과잉정당화 효과(overjustification effect)’라는 것이 있다.

이 과잉정당화는 외부에서 귀인 되는 많은 요인들로 인하여 내적 요인의 효과가 감소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에 대해 1973년에 스탠포드 대학교의 사회심리학자인 마크 레퍼(Mark R. Lepper)와 데이빗 그린(David Greene) 교수, 그리고 미시간 대학교의 리차드 니스벳(Richard E. Nisbett) 교수는 공동으로 ‘외적 보상으로 인한 아이들의 내적 흥미도의 손상: 과잉정당화 가설에 대한 실험(Undermining Children’s Intrinsic Interest with Extrinsic Reward: A Test of the “Overjustification” Hypothesis)’ 결과를 발표했다.

이 실험의 목적은 어떤 동기부여에 있어 내적과 외적 중 어느 쪽이 더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는 것이었다.

세 그룹으로 나눈 아이들에게 그리게 했다. 첫 번째는 그리기 전부터 외적 보상인 ‘상장’을 준다고 이야기 해 준 그룹, 두 번째는 상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잘 그렸을 때 준 그룹, 세 번째 는 상장에 대한 언급도 하지 않았고 상장을 주지도 않은 그룹이다.

실험 결과 변화는 상장이라는 외적 보상에 대해 이야기 해준, 첫 번째 그룹 아이들에게서 일어났다. 처음과는 달리 시간이 지나면서 급격히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한 흥미도가 떨어지게 된 것이다.

인간이 하는 행동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어서 하는 것과 남이 시키거나 외부의 보상이나 처벌로 인해 하게 되는 것이다. 전자는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에 의한, 후자는 ‘외적 동기(extrinsic motivation)’에 의한 행동이다.

집에서 아이들이 게임을 좋아해서 하는 것은 100% 내적 동기다. 그런데 자녀들이 게임만 하면 부모들은 싫어한다.

아이들에게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그것이 바로 외적 동기를 통해 내적 동기를 잃어버리게 만드는 것이다. 시간을 정해놓고 게임을 하면 용돈을 주는 것이다. 이렇게 게임을 위한 게임이 아닌 칭찬의 뜻으로 용돈을 받기 위한 게임으로 상황을 만들어 버리면 아이들에게 게임을 하고 싶어 하는 내적동기가 어느 정도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

프로 스포츠선수들과 감독들이 불법도박에 손을 대는 이유는 바로 이처럼 내적 동기가 아닌 외적 동기가 그들을 지배했기 때문일 수 있다.

농구가 좋아서 운동을 하고 감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인가 오직 높은 연봉을 받기 위해, 돈을 많기 벌기 위해 선수를 하고 지도자를 하는 외적 동기 위주로 자신들의 삶이 바뀌어버린 것이다.

돈을 무시하고 살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하지만 선수로서 감독으로서 가장 집중해야 하는 건 운동 그 자체여야 한다는 것이다. 돈의 성취는 그 다음 문제다. 이 같은 가치의 우선순위는 스스로에게도 필요하지만 팬들이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들이 첫 번째로 집중해야 할 것에 마땅히 가장 먼저 집중했더라면 도박이 아무리 그들을 유혹하더라도 무시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의 말을 빌려 마무리 하겠다.

“거북이처럼 살고 싶다. 한발 한발 우직하게 내딛으면서, 때로 길이 막히면 토끼는 뛰어가겠지만, 거북이는 가만히 서서 고민하고 때를 기다려 자기 갈 곳을 찾아간다. 고민하면서 자신과 싸우고 세상과 싸운다. 그 곳에서 살길을 찾는다. 세상에 소모품 인간은 없다. 소모품으로 쓰려는 사람만이 있을 뿐이다.”

이재연 대신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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