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회 맞은 ‘그것이 알고 싶다’, 23년 간 걸어온 진화의 궤적

1000회 맞은 ‘그것이 알고 싶다’, 23년 간 걸어온 진화의 궤적

기사승인 2015-09-03 12:59:55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1992년 3월 31일 첫 방송을 시작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오는 5일 1000회를 방송한다. 무려 23년. 대통령이 다섯 번 바뀐 긴 시간이다. 그동안 ‘그것이 알고 싶다’가 걸어온 발자국에는 한국 사회를 움직인 사건들과 수많은 제작진들의 고민, 그리고 열정이 묻어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시작부터 파격적이었다. 시사 프로그램 최초로 배우에게 진행을 맡겼다. 지난 1일 오후 4시 서울 목동동로 더 브릴리에 예식홀에서 열린 ‘그것이 알고 싶다’ 1000회 기자간담회에서 초대 MC를 맡았던 배우 문성근은 “제작진에서 중후한 진행자를 원한다고 했는데 그 당시에 난 중후한 사람이 아니었다”며 “나를 MC로 선택한 것이 제작진에게 굉장한 모험이었다”고 92년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배우 출신 진행자라는 제작진의 선택은 프로그램의 정체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책상에 걸터앉거나 걸음을 옮기며 진행하는 방식은 배우 출신이라 가능했다. 배우들은 PD나 기자들에 비해 무대에서 말을 하며 걷거나 움직이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특유의 화법이나 목소리 톤도 마찬가지다. 문성근은 “원래 방송에선 마이크가 바로 앞에 있기 때문에 조곤조곤 얘기해도 되는데 당시에 난 연극을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4~5미터 앞에 있는 카메라를 향해 얘기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말을 더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높은 톤의 목소리가 만들어졌고, 문성근의 화법은 프로그램의 특징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2008년 이후 8년째 진행을 맡고 있는 7대 MC 김상중은 “‘그것이 알고 싶다’는 점점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늘 변함없는 프로그램처럼 보여도 시청자들에게 더 편하고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고민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는 얘기다. 사건 재연 장면의 경우 예전에는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보다 드라마틱하게 구성하고 있다. 또 시대의 트렌드에 따라 치중하는 분야도 달라진다. 김상중은 “어느 시대엔 미스터리, 어느 시대엔 정치, 어느 시대엔 사회 문제를 주로 다룬다”며 “제작진 뿐 아니라 시청자도 같이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트렌드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 최근엔 시청자들이 강력 범죄를 좋아해 상대적으로 더 치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것이 알고 싶다’가 다룬 사건들을 나열해보면 한국 사회의 시대적 흐름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문성근이 초대 MC를 맡아 진행한 ‘그것이 알고 싶다’ 첫 회에서는 ‘이형호 어린이 유괴 사건’을 다뤄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91년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과 함께 아직까지 미제로 남아있는 사건으로 당시 어린이 유괴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문성근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다룬 사건 중에 장준하 선생의 의문사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언급했다. 문성근은 “장준하 선생의 상가에 그와 마지막까지 동행한 목격자가 문상을 왔다”며 “그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물어봐서 녹음해 둔 테이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내가 알고 있었기에 그것을 찾아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장준하 의문사 사건을 재조명한 것은 긴 시간 지속된 군사정권 시기에 일어난 사건에 의문점을 다시 제기하는 계기가 됐다. 2000년에 의문사 진상 조사위원회에서 장준하 의문사 사건의 재조사에 들어갔지만 결국 조사 불능 판정을 받기도 했다.

2002년 5월부터 2006년 1월까지 노무현 정부 시절 5대 MC를 맡았던 정진영은 “당시는 상대적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언론의 자유가 많이 허용됐던 시절”이라고 말했다. 언론의 자유도가 높아진 것과 동시에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시작하며 ‘그것이 알고 싶다’는 어떤 얘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정진영은 고(古) 김선일 씨 피랍 살해 사건을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꼽았다. 김선일 피랍 살해 사건은 이라크 파병 결정에 대한 논란에 불을 붙이는 사건이었다. 정진영은 “고(古) 김선일 씨 피랍 살해 사건은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졌다”며 “통상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5~6주의 준비기간이 필요한데 모든 작가와 피디들이 밤을 새며 녹화해 불과 1주일 만에 방송을 내보냈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2008년 3월 1일 ‘숭례문 화재 미스터리’편으로 첫 방송을 시작해 지금까지 진행을 맡고 있는 김상중은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세월호 참사를 꼽았다. 세월호 참사는 탑승객 476명 중 172명이 구조됐고 304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해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이후에 세월호 특별법 등으로 논란이 길게 이어지기도 했다. 김상중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문제를 모두 드러낼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며 “당시 (슬프고 원통한)감정을 추스를 수 없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4월 26일 방송된 ‘세월호 침몰의 불편한 진실’ 편에서 김상중은 진행하던 중 눈물을 흘려 화제를 모았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화는 끝나지 않았다. 1000회를 맞은 ‘그것이 알고 싶다’는 아직 달라지지 못한 것들, 여전히 알고 싶고 알아야 하는 이야기들이 있다며 2000회를 바라보고 있다. 김상중은 “‘그것이 알고 싶다’가 앞으로 더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중 본인 또한 8년 간 진행하며 조금씩 정형화 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김상중은 “직접 밖으로 나가서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쭉 쫓아가며 프로그램에 생동감을 넣고 싶다”거나 “북한에 가서 북한 사람들은 통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꼭 알려주고 싶다”고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싶은 마음을 드러냈다. 그렇게 ‘그것이 알고 싶다’는 1000회를 맞으면서도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지난 1992년 3월 31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23년 만에 1000회를 맞은 ‘그것이 알고 싶다’는 오는 5일 오후 11시10분 방송된다. bluebel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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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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