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현섭 기자] * 때로는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 한 마디가 현재의 사회 현안을 관통합니다. 뻣뻣하고 장황한 논평보다 단 한마디가 듣는 이들의 가슴을 더 시원하게 해 주기도 하고, 후벼 파기도 합니다. 연재 ‘뼈대(뼈 있는 대사) 있는 기사’ 입니다.
‘PPL’(Product Placement)은 매우 효과적이면서도 항상 논란의 우려를 안고 있는 광고·마케팅 기법입니다. 영화, 드라마 등에 제품이나 브랜드를 배치시키기 때문에 관객, 시청자의 의식 속에 자연스럽게 각인되는 힘이 있지만, 과도할 경우 보는 이의 정서적 흡인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죠.
쉽게 말해 멀쩡한 작품이 한 순간에 ‘질 떨어져 보이거나’ ‘지질해 보이는’ 원흉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부작용의 ‘좋은 예’를 2일에 방송된 주원·김태희 주연의 SBS 수목 드라마 ‘용팔이’(연출 오진석 극본 장혁린) 9회가 보여줬습니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여진(김태희 분)과 태현(주원 분). 그런데 태현이 갑자기 방을 구하겠다며 여진의 스마트폰으로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을 합니다. 그 순간 화면에는 실제 부동산 앱 브랜드가 노골적으로 등장합니다. 그것도 태현을 연기하는 배우 주원이 전속 모델인 브랜드입니다. 기사에 나온 캡처화면 상으로도 보는 사람이 다 민망하더군요. 인터넷에는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반응도 나왔다고 합니다.
최대 시장인 헐리우드 영화에서도 분별없는 PPL이 빈축을 살 때가 많습니다. 최근의 가장 대표적인 예가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끈 마이클 베이 감독의 ‘트랜스포머’ 시리즈입니다. 편마다 수십 개의 브랜드가 등장, 그야말로 ‘PPL의 종결자’와도 같은 위엄을 뽐내죠.
감독이 작품을 통해 스스로 PPL을 꼬집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분별한 PPL을 지적하는 걸로 영화 팬들 사이에서 많이 회자되는 장면이 1992년 영화 ‘웨인즈 월드’에 나옵니다.
자체적으로 마련한 작은 지하실 스튜디오에서 친구 웨인과 함께 ‘웨인즈 월드’라는 록 음악·코미디 프로그램을 만드는 가쓰(다나 카비 분). 둘이 만든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모으며 기존 거대 방송국에서 같이 일하자는 제안까지 받게 되죠. 이와 관련해 웨인과 대화를 하던 중 가쓰가 이런 말을 합니다.
“사람들은 오로지 돈 되는 일만 하려는 것 같아. 참 슬퍼”(It’s like people only do things because they get paid and that’s just sad)
이 장면이 과한 PPL을 비꼬려는 의도라는 건 이 얘기를 할 때 다나 카비를 보면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이 때 그가 몸에 걸치고 있는 상의, 헤어밴드, 모자가 모두 한 유명 스포츠 브랜드의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 누군가 제게 드라마 ‘용팔이’의 PPL에 대해 이렇게 편하게 앉아 ‘펜대질’을 할 자격이 되느냐고 묻는다면 당당하게 “그렇다”고 말할 자신이 별로 없습니다.
언론이, 기자들이 ‘가치 있는 정보가 담긴 기사’ ‘의미가 있는 기사’보다 ‘대중이 많이 보는 기사’를 쓰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고 저 역시 이 비난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PPL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제작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요즘 언론이 조회수를 중시하는 이유는 설명할 것도 없이 ‘수익’입니다. 둘 다 ‘필요악’인 셈이죠. 그럼에도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線)은 있다고 봅니다. ‘주객전도’ 만큼은 범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요. afero@kmib.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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