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도 참사] 사건의 재구성 “절규하듯 ‘살려주세요!’…해경 그냥 지나가버려”

[추자도 참사] 사건의 재구성 “절규하듯 ‘살려주세요!’…해경 그냥 지나가버려”

기사승인 2015-09-06 15:48:55
YTN 화면 캡처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제주 추자도 인근 바다에서 전복된 낚시어선 ‘돌고래호’(9.77t·해남선적) 사고로 현재(6일 오후 3시30분 기준)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10명이다. 해경은 실종 낚시객과 선장을 찾기 위한 수색을 숨 가쁘게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가 해경과 생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재구성한 돌고래호의 출발부터 사고 전후, 생존자 구조까지의 상황은 이렇다.

생존자 이모(49·부산시)씨는 5일 주말을 맞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모인 일행 10여명과 함께 제주도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낚시에 나섰다.

이씨 일행이 다른 낚시객들과 전남 해남군 남성항에서 만나 돌고래호에 오르 건 5일 오전 2시쯤. 승선 인원은 낚시객과 선장을 합쳐 대략 19∼20명이다.

이때만 해도 파도의 높이가 최고 0.5m에 불과했다. 제주 추자도로 가는 뱃길은 순탄하게만 느껴졌다.

이씨 등이 제주 하추자도 신양항에 도착한 건 출발 후 약 2시간이 지난 오전 3시 59분쯤. 배에서 내린 이들은 당일 오전까지는 추자도 인근 섬에서 돔을 잡는 낚시 삼매경에 빠졌다.

하지만 오후 1시 이후 약하게 시작된 빗줄기가 점점 굵어졌다. 오후 6시에는 빗줄기가 시간당 20㎜가 넘는 폭우로 변했다. 폭우가 쏟아지자 이들의 일정도 엉클어지기 시작했다.

이씨는 “비가 많이 내려 추자도에서 1박을 하려던 일정을 바꿔 조기에 집에 돌아가는 것으로 다들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의견이 이 같이 모아지면서 선장 김철수(46)씨도 서둘러 되돌아갈 준비를 했고, 돌고래호는 오후 7시쯤 낚시객 등을 태우고 신양항(하추자)을 출발해 되돌아가는 뱃길에 오르게 된다.

파도가 2m가 넘어 배가 심하게 요동쳤지만, 안심했다. 당일 새벽 왔던 길이였다.

선장 김씨가 같은 시간대 다른 낚시객을 태우고 추자도를 출발한 돌고래1호(5t)와 자주 통화하며 안전 운항 여부를 확인하는 모습을 봤다.

선수 쪽 아래 선실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선실에는 9명 정도가 있었다.

구명조끼는 비에 젖어 있어 입기에 불편해 옆에 뒀다. 대부분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았다.

이번 사고의 또 다른 생존자인 박모(38)씨도 당시 선실에서 잠을 청했다.

그런데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다.

출항한 지 불과 20∼30여분 지났을까. 배가 몇 차례 ‘쾅’ ‘쾅’ 소리를 내더니 옆으로 뒤집혔고 전복되기까지는 순식간이었다.

이때가 정확히 언제였는지 아직 모른다.

해경은 돌고래1호 선장 정모(41)씨가 오후 7시 44분과 46분에 돌고래호 선장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김씨는 “잠시만”이라는 짧은 대답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따라서 이 때쯤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돌고래1호가 오후 7시 38분쯤 돌고래호 선장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해상 기상이 좋지 않으니 추자도 북쪽 끝인 횡간도 옆 무인도 녹서(노린여)에서 만나 같이 해남으로 돌아가자고 통화한 직후였다.

어두컴컴한 밤에 해상에서 배가 순식간에 뒤집히자 낚시객들은 동요했다. 말 그대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사고 당시에 대한 기억은 생존자마다 조금씩 다르다.

박씨는 높은 너울이 배가 전복된 주요한 원인이라고 기억했다.

박씨는 “너울이 세게 쳐서 배가 순식간에 뒤집혔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배에서 잠들어 있었는데 배의 시동이 꺼지면서 선장이 밖으로 나가라고 했고 이 와중에 배에 물이 들어왔다”며 “내가 맨 마지막으로 배에서 빠져나가자 동시에 배가 뒤집혔다”고 말했다.

박씨와 이씨는 사고 당시 기억이 다르기는 하지만 사고 이후, 줄곧 전복된 배 위에서 간신히 몸을 버티며 의지했다.

선장 김씨 등 다른 4명가량도 뒤집힌 배 위에서 같이 있었다.

나머지 낚시객들은 구명조끼를 허겁지겁 입거나 꺼내 든 채 바다에 뛰어들었다.

구명조끼를 입은 낚시객들은 전복된 배 주변 해상에 둥둥 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살아있어 보였다.

선장 김씨는 “배가 항해를 하면 어떤 무선 통신이 해경과 연결돼 있어 해경이 반드시 구조하러 온다”고 모두를 안심시켰다.

선장은 “걱정말라, 해경이 올 거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낚시객들을 안심시키려 애썼다. 이씨 등은 컴컴한 해상에 “살려주세요”라고 절규하듯 외쳤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기다리고 기다렸는데도 구조의 손길은 좀처럼 오지 않았다.

파도는 계속 높게 일었다. 전복된 배 위에 있던 사람들도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한 사람, 한 사람 바다로 떨어져 나갔다.

“30분만 더 버텨보자, 1시간만 더 버텨보자”던 선장 김씨도 다른 이들을 구조하려다 바다에 빠진 후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씨는 “온 힘을 다해 버텼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살 가망이 없는 것 같았다. 해경 함정이 멀리 보이기는 했으나 우리 쪽으로 빛을 비추지도 않고 그냥 지나가고 그랬다”고 회상했다.

해경은 오후 7시 50분쯤 추자항으로 되돌아온 돌고래1호가 돌고래호의 통신 두절 사실을 제주해경 추자안전센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추자안전센터는 오후 9시 3분께 제주해경 상황센터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돌고래호의 위치는 배에 설치된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를 통해 5일 오후 7시 38분께 추자도 예초리(하추자) 북동쪽 500m 해상인 것으로 마지막 확인됐다.

해경은 오후 9시 10분께부터 V-PASS로 확인된 돌고래호의 마지막 위치와 탑승객 휴대전화의 최종 발신 위치 등을 파악해 일대 해역 수색에 나섰다.

그러나 야간인데다가 추자도 인근 해역에 바람이 초속 9∼11m로 강하게 불고 물결도 2∼3m로 높은 것은 물론 비까지 많이 내리는 등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다.

돌고래호는 통신이 두절되고 10시간여 뒤인 6일 오전 6시 25분께 추자도 남쪽 무인도 섬생이섬 남쪽 1.1㎞ 해상에서 뒤집힌 채 발견됐다.

전복된 배 위에서 끝까지 버틴 이씨와 박씨 등 3명은 어선에 의해 구조된 후 헬기를 통해 제주시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10명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으며 나머지 6∼7명은 아직도 실종상태다. afero@kmib.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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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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