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옳은 말도 엉뚱한 ‘때(Time)’에 뱉으면 그른 행태가 될 수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속된 표현으로 “참 분위기 파악 못한다”고 비꼬는 게 딱 이런 경우죠.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님, 참 분위기 파악 못하십니다.
제주 추자도 인근 해역에서 낚시어선 돌고래호(9.77t·사진)가 전복돼 총 10명의 사망자가 확인된 6일. 이날 오후 9시쯤 한 네티즌이 박 장관의 페이스북에 질문을 남겼습니다.
“해경이 고의로 구조를 안 했다는 유언비어가 떠돌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구해달라는 사람의 목소리를 그냥 지나쳤다는 생존자의 인터뷰와 함께 각종 유언비어가 나돌고 있습니다. 세월호 때도 그렇고 국민 의식이 참 문제네요.”
약 20분 후 박 장관이 대답을 올렸습니다.
“유언비어에 대해선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사고 수습에 방해가 되는 유언비어가 들끓으면 당연히 대응을 해야죠. 하지만 찜찜한 건 이 네티즌이 제기한 문제가 ‘생존자 증언’과 관련이 있고, 명색이 10명이 사망한 참사의 관련 부처 장관이 너무 안일하게 ‘강력 대응’을 거론하면서 편승해 버렸다는 겁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생존자 3명 중 1명인 이모(49·부산시)씨가 6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 증언을 들어보죠.
“온 힘을 다해 버텼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살 가망이 없는 것 같았다. 해경 함정이 멀리 보이기는 했으나 우리 쪽으로 빛을 비추지도 않고 그냥 지나가고 그랬다.”
이 내용이 인터넷 공간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와전됐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10명 사망이 확인된 것 외에도 거센 파도와 함께 망망대해로 사라져 간 소중한 생명 8명이 실종된 상태입니다. 지금 유가족, 실종자 가족들이 머무는 전남 해남군의 한 체육관은 눈물, 한숨, 탄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이들을 위해 밥차를 마련했지만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밥이 넘어갈 리가 없습니다.
이씨의 증언이 사실이고, 순찰에 나선 해경 함정이 젖 먹던 힘을 다해 배를 붙들고 있는 낚시객들을 멀리서나마 포착했다면 사망자, 실종자는 줄었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관련 부처 장관이 ‘유언비어’ ‘강력 대응’을 운운하며 던진 한 마디는 참 ‘가볍게’ 느껴집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7일 아침 국회에서 열린 초재선모임 ‘아침소리’에서 박 장관의 페이스북 답변에 대해 “생존자 이씨의 증언을 유언비어로 간주하는 듯한 발언”이라며 “생존자 증언도 있는 상황에서 정확히 진상규명을 먼저 해야지 생존자의 증언이 유언비어인것처럼 말하는 박 장관의 발언은 상당히 경솔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국민안전처 입장에선 “장관님이 먼저 유언비어를 거론한 네티즌의 질문에 성의 있게 대답을 해주려다보니…”라고 해명할 수 있겠죠.
하지만 “해경 함정이 멀리서 지나갔다고 하니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고의로 구조를 안 했다는 건 잘못된 겁니다” “당시 해경 함정의 순찰 상황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등 성의 있는 대답은 얼마든지 다른 식으로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의 유언비어 엄단에 대한 엄포는 유언비어가 도를 넘어서 도저히 정상적인 사고 수습이나 대책 수립 진행이 안 될 때나 나와야 하는 것 아닙니까. 지금이 그런 상황이라고 누가 동의를 할까요.
박 장관 본인은 성의 있는 대답이겠지만, 보는 이들에겐 ‘오버’였습니다. 그것도 울고 있는 유가족·실종자 가족들을 뺨을 때리는. afero@kmib.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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