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도 참사] 한 낚시꾼의 “잘 가고 있다” 거짓말, 초동조치 늦췄다

[추자도 참사] 한 낚시꾼의 “잘 가고 있다” 거짓말, 초동조치 늦췄다

기사승인 2015-09-08 00:02:55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제주 추자도 인근 해역에서 전복사고가 일어난 ‘돌고래호’(9.77t·해남 선적·사진)는 승선원 명부에 이름만 오르고 실제 탑승은 하지 않았던 한 낚시꾼의 ‘거짓말’로 초동 조치가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이 승선원 명부를 보고 일일이 확인 전화를 하는 과정에서 실제로 승선하지 않은 낚시꾼이 전화를 받았을 때 “잘 가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돌고래호 사고가 일어난 5일. 돌고래호와 같은 시각에 전남 해남군 남성항으로 가기 위해 추자항(상추자)을 출항한 돌고래1호(5.16t·해남 선적)는 날씨가 좋지 않자 추자항으로 되돌아왔다. 돌고래1호 선장 정모(41)씨는 추자하에 도착한 후 8시쯤 추자항 추자출장소를 찾아 입항신고를 했다.

그는 입항신고를 하면서 돌고래호 연락두절에 대한 정식신고는 아니지만 해경에 “돌고래호 선장이 전화를 안 받는다”고 전했다. 추자도 주변에는 전화가 터지지 않는 지역도 많기 때문에 사고라고 확신할 수는 없어 연락이 안 되고 있는 사실만 넌지시 알린 것이다.

출장소를 나온 정 선장은 계속해서 돌고래호 선장 고(故) 김철수(46)씨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계속 닿지 않았고, 8시 40분쯤 동료 선장 등과 함께 해경을 찾아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 항적기록을 보자”며 정식 신고했다.

해경은 V-PASS를 통해 돌고래호의 위치신호가 5일 오후 7시 38분쯤 추자도 예초리(하추자) 북동쪽 500m 해상에서 마지막으로 잡힌 것을 확인했다. 이에 추자출장소는 상추자도 신양항에 있는 추자해양경비안전센터에 보고했다.

해경은 승선원 명부에 있는 사람들 한 명 한 명에게 연락을 해 확인 작업에 들어갔고, 이 중 A씨가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이 때 A씨는 명부에 이름이 오르기만 했을 뿐 실제로는 배에 타지 않고 해남에 남아 있었다.

그런데 A씨는 해경에 “해남 쪽으로 잘 가고 있다. 괜찮다”고 거짓말을 했다. 자신이 명부에 이름을 올려놓고도 배에 타지 않아 순간 돌고래호 선장이 명부 허위 기재 등의 이유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판단해 해경을 속이려 한 것이다.

추자해양경비안전센터는 A씨의 말을 믿고 돌고래호가 사고가 난 것이 아닌 것으로 알고 A씨와 대화 내용을 추자출장소에 통보했다.

그러나 해경은 만일에 대비해 다시 승선원 명부에 오른 나머지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지만 아무도 받는 사람이 없었다.

같은 시각 A씨 역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돌고래1호 정 선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무슨 일이 생긴 것을 예감한 뒤 뒤늦게 추자해양경비안전센터에 자신이 승선하지 않은 걸 실토했다.

해경은 이날 9시 3분쯤 제주해양경비안전서 상황실에 신고했고, 즉각 민간인 자율선박 5척을 동원해 정밀검색에 들어갔다. 추자도 예초리 해상에서 마지막 V-PASS 신호가 잡힌 오후 7시 38분 이후 1시간 20여분이 지난 뒤였다. 일분일초가 소중한 순간에 수십 분이란 시간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

허술한 승선원 명부, 낚시꾼의 거짓말, 악천후 속에서 V-PASS 모니터링과 다각적인 확인 체크를 소홀히 한 해경 등 여러 복합적 상황이 이번 돌고래호 사고에서 큰 인명 피해를 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 돌고래호 사고 수사본부는 승선원 명단이 허술하게 작성된 경위에 대해 확인하고 있다. afero@kmib.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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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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