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로마에서 황제와 귀족들만 즐길 수 있었던 귀한 별미 가운데 하나가 얼음이었다. 냉장고가 없던 당시에 얼음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져오는 것이었다. 로마의 지배층은 노예나 하인을 전차에 태워 보내 이탈리아 북부의 알프스 산 중턱에서 얼음을 가득 실은 채 로마까지 달려오게 했다. 물론 얼음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녹는다. 그래서 얼음 상자에 눈금을 매기고 일정량 이상의 얼음을 가져오지 못하면 처벌을 받게 했다 전해진다. 이런 사소한 일화들은 세계 제국 로마의 쇠퇴와 멸망에 대해 어떤 이론보다 구체적인 단서를 우리에게 보여 준다.
“첫 번째 요리는 큼직한 돼지였는데, 그 위를 화환으로 장식한 데다 주위에는 푸딩이며 거위 내장, 양의 고환, 송아지 췌장, 새의 모래주머니를 둘러놓았더군. 사탕무와 일상적인 식빵도 있었네. 다음은 따뜻한 스페인 산 고급 꿀을 끼얹은 차가운 타르트였지.” (p.208)
‘세계사 브런치’는 지루한 역사를 재밌게 전하는 방법으로 역사 고전을 직접 읽는 정공법을 권한다. 대신 저자는 도표나 연표식 정리 같은 지루한 통사식 서술을 거부하고 45권의 역사 고전에서 27개의 주요 장면을 가려내 소개하며 풀이한다. 직접 고전의 맛을 보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세계사 브런치’는 역사의 결정적 장면을 때로는 장엄하게 때로는 섬세하게 묘사한다. 어지러운 사건과 인물들이 교차하는 가운데 핵심을 단번에 짚어내는 대목들이 영어 텍스트와 함께 제공돼 신뢰를 더한다.
정시몬 지음 / 부키 /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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