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서울에서 60대 여성이 아들의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참사와 관련해 신고를 받은 경찰이 제대로 출동을 했다면 사건을 막을 수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신고를 받은 경찰은 인근에서 먼저 신고가 접수된 다른 사건으로 오인하고 시간을 허비하다 결국 범행이 일어난 후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박모(64·여)씨는 전날 오후 9시 42분쯤 용산구 자신의 집 앞에서 아들(34)의 여자친구인 이모(34)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이씨와 이날 저녁 전화로 크게 다퉜고, 이씨가 이를 따지기 위해 집 앞으로 오겠다고 하자 집에서 흉기를 들고 나가 기다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는 사건이 일어나기 30분 전인 오후 9시 12분쯤. 박씨의 아들은 이미 “여자친구와 다툰 어머니가 흉기를 들고 여자친구를 기다리고 있다”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 박씨는 평소 조울증을 앓아 약을 복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경찰은 오지 않았고, 집 앞에서 이씨를 만나 말다툼을 벌이던 박씨는 이씨가 자신에게 핸드백을 집어던지자 순간 격분해 갖고 있던 흉기로 복부를 찔렀다.
알고보니 신고 접수 1분 뒤 관할 파출소 순찰차에 출동 지령이 내려지긴 했지만 순찰 근무 중이던 경찰관들이 10분 전 68ｍ 떨어진 주소에서 신고가 들어온 가정폭력 사건과 이 사건을 같은 것으로 오인했던 곳이다. 경찰관들은 그곳에 가서 사건을 처리하느라 시간을 보냈고, 파출소 내 근무자도 두 사건을 동일사건으로 착각했다.
그런 와중에 아들은 오후 9시 27분쯤 재차 경찰에 전화를 걸어 출동을 독촉했고, 상황실에서는 순찰차에 다시 지령을 내렸다.
하지만 해당 순찰차 경찰관들은 이 역시 앞서 신고된 가정폭력 사건과 같은 것으로 계속 오인했다. 이 경찰관들은 오후 9시 37분이 돼서야 순찰차 내비게이션에 뜬 사건 관련 정보를 자세히 들여다보고는 그제야 다른 사건이라는 것을 알게된 것이다.
그제서야 출동하려 한 해당 순찰차는 이번에는 마침 도로가 막혀 현장에 신속하게 도착하지 못했고, 다른 순찰차가 인근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범행은 일어난 뒤였다.
경찰은 흉기에 찔려 쓰러진 이씨를 지혈하고 오후 9시 51분쯤 구급차에 태워 순천향대병원으로 출발해 4분 만에 병원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씨는 치료를 받다 결국 오후 10시 25분쯤에 숨졌다.
112 지령실에서는 “두 사건이 별개로 보인다”며 일선에 확인을 요구했지만, 파출소 근무자와 순찰차 근무자 모두 동일사건이라는 자신들의 판단을 계속 믿은 나머지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도착까지 약 30분이 걸린 것은 예방적 활동으로 국민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경찰 입장에서 어떤 이유로라도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유명을 달리하신 분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afero@kmib.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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