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 따르면 1976년 A씨와 결혼한 B씨는 1998년 다른 여성과 혼외자를 낳았다. B씨는 2000년 집을 나와 이 여성과 동거에 들어갔고, 2011년 A씨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냈다. 1·2심은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B씨의 이혼소송을 기각했다.
우리 법원은 1965년 이후 동거나 부양, 정조 등 ‘혼인 의무 위반행위’를 한 당사자에 대해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판례를 고수해왔다.
다만 책임이 없는 배우자가 실질적으로 결혼 생활에 대한 의사가 없으면서도 ‘악의적’ 혹은 ‘오기’의 성격으로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이혼을 거부할 때만 예외적으로 이혼을 받아들여 왔다.
잘못이 없는 배우자와 자녀를 경제적으로 보호하려면 유책 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유책주의 유지론의 핵심이다.
반면, 시대가 변하면서 유책주의는 사실상 깨진 혼인관계를 법적으로만 유지하도록 강제해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소송과정에서 상대의 잘못을 들춰내면서 오히려 감정만 더 상하므로 파탄주의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도 확산하고 있다.
대법원은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공개변론을 열어 각계의 의견을 들으며 결론을 고심해왔다.
대법원이 제한적으로나마 파탄주의를 허용해야 한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한다면 유책주의 때문에 혼인생활을 유지해온 사람들의 이혼소송이 증가하는 등 혼인관계를 둘러싼 국민 생활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afero@kmib.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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