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곤 검거 과정 재구성…“너무 빤히 쳐다봐 무서워지는 순간 흉기 꺼내며 ‘약 내놔!’”

김일곤 검거 과정 재구성…“너무 빤히 쳐다봐 무서워지는 순간 흉기 꺼내며 ‘약 내놔!’”

기사승인 2015-09-17 17:49:56
사진=국민일보 심희정 기자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일명 ‘트렁크 시신’ 살인사건 용의자 김일곤(48)은 서울 성동구의 한 동물병원에 나타나 개 안락사 약을 내놓으라며 강도행각을 벌인 것이 계기가 돼 경찰에 붙잡혔다.

목격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이 이 병원에 처음 온 건 이날 오전 8시 30분쯤. 김은 문을 잡고 흔들었다.

오전 9시부터 진료를 시작하기 때문에 문을 잠근 채로 청소를 하던 간호사는 “아직 진료시간이 안 됐다”며 오전 9시가 넘어서 다시 오라고 했다.

하지만 이 때 이 간호사는 이미 김을 보고 이상함을 느껴 문을 열지 않았다. 애완동물과 같이 있지도 않았고 마치 노숙자처럼 행색이 너무 초라했기 때문이다.

순순히 돌아간 김씨는 오전 9시가 조금 넘어 다시 병원에 왔다.

그러고는 원장에게 “키우고 있는 10㎏짜리 푸들이 아프다”며 “다른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는데도 차도가 없고 밥도 먹지 못해 안락사를 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원장 역시 김이 수상했다. 푸들이 10㎏라면 ‘자이언트 푸들’인데, 국내에 흔치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김의 남루한 모습에서 그런 개를 키울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원장은 “지금 안락사 약도 없고 보지도 않은 개를 안락사시킬 수는 없다”며 김에게 개를 데리고 오라고 했다.

이에 김은 개를 데려올 수는 없다며 “안락사 약을 받아 내가 직접 (안락사를) 할 수 없나요”라고 되물었고, 원장은 다시 “안 된다”며 인근의 큰 병원에 가보라고 권했다.

포기한 듯 돌아간 돌아간 김이 다시 돌아온 건 오전 9시 50분쯤. 역시 개는 없었다.

김은 “집사람이 개를 데리고 올 건데 여기서 기다리겠다”며 손님용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김은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사람을 빤히 쳐다봤다고 한다. 간호사는 계속해서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병원 안을 서성대는 김이 두려워지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김씨가 본색을 드러냈다.

김이 갑자기 흉기를 꺼내 들고 진료실 안으로 들어오더니 원장과 간호사를 향해 “다 모여서 나란히 서. 약 내놓으라니까”라고 외친 것이다.

원장이 “진정하라”며 김을 달래다 뒷걸음질치며 간호사와 함께 미용실로 연결된 문으로 재빨리 도망가서는 문을 걸어 잠갔다.

미용실 안에서 작업 중이던 미용사도 원장과 간호사와 합세해 미용실 문을 꼭 붙들고는 바깥에서 문을 열려는 김과 힘싸움을 벌였다. 미용사가 휴대전화로 경찰에 신고하자 “(신고)전화하는 것 다 알아!”라는 김씨의 짜증 섞인 고함이 들렸다. 그러고는 조용해졌다. 김이 도망간 것이다.

3∼4분 뒤 경찰이 병원에 도착했고, 미용실에 숨어 있던 이들은 겨우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병원에 출동한 경찰이 김씨 수배 전단을 보여주자 원장과 간호사들은 비로소 김씨가 왔었다는 사실을 알게 돼 가슴을 다시 한번 쓸어내렸다.

즉시 지구대 순찰차가 김씨를 찾아 나섰고, 순찰차 한 대가 도망가던 김씨를 발견했다.

성수지구대 김성규 경위 등 경찰관 2명이 김씨에게 접근해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하자 김씨는 다시 흉기를 꺼내 들었다.

김 경위 등은 수배 중인 김이라는 걸 직감, 필사적으로 김씨와 엉겨붙어 넘어졌다. 얼마 후 마침 지나가던 행인이 김씨의 칼을 빼앗아 버렸다 그렇게 김은 이날 오전 11시 5분쯤 검거됐다.

원장은 “처음부터 험상궂게 굴진 않았지만 개업 후 안락사 약을 달라고 한 사람은 처음이라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afero@kmib.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쿠키영상] '아름다운 투쟁' 유명 뷰티 블로거 조던(Jordan), 손이 펴지지 않는 이유?

[쿠키영상] 머리끄덩이 잡고 싸우는 여자들…란제리 파이팅 챔피언십 하이라이트

[쿠키영상] 새끼를 구하는 영웅 버팔로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