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중 자살도…“우린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꾀병’을 앓고 있습니다”

치료 중 자살도…“우린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꾀병’을 앓고 있습니다”

기사승인 2015-09-21 10:59:55
"한국 CRPS환우회 이용우 회장의 촬영 필름. 통증을 줄이기 위해 경추 3


"[쿠키뉴스=민수미 기자]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무서운 병’은 무엇인가. 에이즈? 암?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들은 동의하지 못 할 것이다. 바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들이다.

‘CRPS(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는 팔, 다리 등에 입은 신체의 어느 한 부분에 극심한 통증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통증이 언제 올지도 모른다. 왔다하면 ‘불에 타는 듯한’ ‘송곳으로 찌르거나 긁어내리는 듯한’ 엄청난 아픔을 느낀다. 삶의 매일 매일, 매순간이 ‘공포’다. 치료도 쉽지 않아 이런 상태로 수년 혹은 평생을 살아야 하기도 한다. 산업재해를 인정받는 것도 힘겹다. 장애등급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전문가에 따르면 치료 중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나오기도 한다. CRPS 환자들 만나 그들의 눈물과 한숨을 들어봤다.

기계 수리 일을 하는 박모(52)씨는 2007년 8월 부품을 들고 서둘러 계단을 내려오다가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를 다쳤다. 이후 수술과 치료를 반복했지만 통증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에 여러 병원을 전전했으나 이렇다 할 효과는 보지 못했고, 한 병원에서 CRPS가 의심된다는 소견을 들었다.

박씨는 “처음에는 CRPS가 무슨 병인지도 몰랐다”며 “지금은 ‘내가 무슨 죄가 있길래 이런 병에 걸렸을까’하는 생각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박씨는 “매순간 아프지만 극심한 통증은 3시간 주기로 한 번씩 온다”며 “다리를 불로 지지는 것 같다가 칼로 베는 것 같기도 하고 아픈 느낌을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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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해보면 과거 통증만큼이나 박씨를 괴롭힌 것이 또 있다. 바로 산재 승인 문제다.

그는 CRPS 진단이 확정된 후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지만, 2008년 4월 불승인 판정을 받았다. ‘통증의 인과관계를 증명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박씨는 “그때만 생각하면 황당함이 가시질 않는다”며 “일을 하다가 다쳤고 수술한 뒤 동일 부위에서 통증이 발병했는데 인과관계를 따질 수 없다고 하면 대체 이 병을 어떻게 증명하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후 세 군데의 대학병원을 돌며 검사와 진단을 반복, 재승인을 신청한 뒤에야 그해 9월 산재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재승인에 필요한 진단서는 하나면 충분하다. 그러나 이번에도 불승인이 된다면 앞으로 감당해야 할 치료비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에 일부러 여러 병원을 돌며 확실성을 더한 것이다. 당시 박씨는 근로복지공단 제출용 진단서를 받기 위한 병원비만 수백 만 원을 넘게 지출했다고 한다. 운동을 좋아하던 그는 현저하게 떨어진 삶의 질로 인해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겪고 있다.

건강했던 김모(33)씨의 인생을 뒤바꾼 사고는 지난해 5월에 일어났다. 근무현장에서 왼쪽 손을 심하게 다친 그는 계속되는 극심한 통증에 몇 날 며칠 잠을 이루지 못했다.

처음엔 의사들도 CRPS를 의심하지 못했다. 사고로 잃은 2cm 정도의 가운뎃손가락으로 인해 느껴지는 증세라 여겼다. 시간이 흐르면 괜찮아질 것이라 믿었던 통증의 강도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현재 김씨는 손가락에서 시작된 통증이 어깨까지 퍼져 왼쪽 손과 팔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다. CRPS는 이처럼 ‘2차 증상’을 부르기도 한다. CRPS 환자들에게 흔히 동반되는 골다공증을 피하고자 열심히 받았던 재활도 중단했다. 과거 왼손잡이였던 김씨가 실생활에서 느낄 불편함은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다.

김씨를 지치게 하는 것 역시 통증이다. 손을 불로 지지는 듯한 작열통이 느껴질 때는 차라리 기절했으면 좋겠다는 그는 “마약 진통제 때문에 살이 25kg이나 불었다”며 “정신과 수면제를 복용해야 2시간 정도 겨우 잘 수 있다”고 털어놨다.

매사에 활발했었다는 김씨는 CRPS 때문에 성격까지 달라졌다.

그는 “너무 아픈데 사람들은 꾀병처럼 이야기하니 우울증이 찾아왔다”며 “CRPS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야 그렇다 쳐도 의사들마저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하는데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고 고백했다.

김씨는 지난 6월 근로복지공단 자문의사회의 심의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자문의로 참석한 의사 중 한 명이 김씨의 환부를 만지려 했던 것이다.

그는 “바람만 불어도 큰 고통에 시달리는 CRPS 환자를 말도 없이 만지려는 건 의사가 이 병에 대한 기초지식도 없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씨는 이어 “그 자리에서 다른 한 의사는 ‘어떻게 손가락 하나로 사람이 이렇게 무너질 수 있느냐’는 질문을 했다”며 “CRPS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의사들이 산재 승인을 위해 모였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회상했다.

이에 공단 관계자는 “부적절한 자문의의 행동과 발언으로 상처받았을 환자에게 죄송스런 마음”이라며 “공단 측에서는 자문의사회의 심의 전 세심한 진단과 판정에 대한 지침을 의사들에게 내린다”고 해명했다.

또 “앞으로 이와 비슷한 일이 발생할 시에는 자격이 없는 의사들을 자문의에서 배제하는 등의 극단의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min@kmib.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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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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