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현섭 기자] * 때로는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 한 마디가 현재의 사회 현안을 관통합니다. 뻣뻣하고 장황한 논평보다 단 한마디가 듣는 이들의 가슴을 더 시원하게 해 주기도 하고, 후벼 파기도 합니다. 연재 ‘뼈대(뼈 있는 대사) 있는 기사’ 입니다.
범행 자체도 한 편의 호러 영화처럼 끔찍했고, 범인을 재판에 세우게 된 과정 역시 영화만큼이나 극적입니다. 법무부 관계자 역시 “한미 사법공조 사상 가장 극적인 사건”이었다고 하죠. 한 생명을 허무하게 앗아간 ‘이태원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아더 패터슨(36·사건 당시 18세)이 사건 18년, 해외 도주 16년 만에 국내로 송환됐습니다.
사건은 1997년 4월 3일에 일어났습니다.
당시 홍익대 전파공학과에 재학 중이었던 고(故) 조중필(당시 22세)씨는 함께 도서관에서 공부를 한 여자친구를 데려다 주고 있었습니다. 잠시 화장실을 쓰기 위해 이태원의 한 패스트푸드점에 들어선 조씨. 이때 친구 사이인 재미교포 에드워드 리(당시 18세)와 미국인 아버지·한국인 어머니를 둔 미 군속의 아들 혼혈 패터슨은 이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칼을 가지고 “너 그걸로 사람 찌를 수 있느냐”는 등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이들의 눈에 화장실에 들어가는 조씨가 눈에 들어왔고, 둘 중 한 명(패터슨이겠죠)이 “보여줄게, 따라와봐”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조씨는 무려 아홉군데를 칼에 마구 찔린 참혹한 시신이 됐습니다.
처음엔 에드워드 리가 살인 혐의로 구속됐다가 1999년에 증거불충분 등으로 풀려났고, 뒤늦게 범인으로 지목된 패터슨은 당시 우리나라 검찰이 출국금지 신청을 연장하지 않은 틈을 타 미국으로 도망갔습니다. 이후 우리나라 사법당국은 미국과 공조를 하는 등 그를 국내로 불러들이기 위해 끈질긴 노력을 기울였고, 패터슨이 범죄인 인도 집행 정지 연장 기한(2개월)을 넘긴 걸 알고 재빨리 미국 당국을 설득해 그의 송환 결정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겁니다.
패터슨이 16년 전 미국 땅을 밟았을 때, 그리고 16년 간 그 곳에서 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2011년 MBC 보도에 따르면 그는 에드워드 리와 리의 친구 최모씨에게 “내가 과시를 하기 위해 (조씨를) 죽였다”고 시인하면서 “한국인은 전부 바보들이라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며 우리나라 수사·사법 당국을 조롱까지 했다고 합니다.
이런 패터슨은 ‘내가 이겼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온 몸에 피를 흘리며 참혹하게 죽어간 조씨를 이겼고,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낸 조씨 유가족을 이겼고, 한국의 수사·사법 당국을 이겼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사건이 일어난지 18년, 미국으로 온지 무려 16년이 흘러 다시 수갑을 차고 한국 법정에 서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았을 겁니다.
2012년 개봉한 ‘내가 살인범이다’라는 영화가 있죠.
연쇄살인범을 쫓는 한 형사와 유가족들의 주도면밀한 ‘작전’으로 공소시효를 하루 앞둔(범인은 공소시효가 끝난 걸로 착각하고 있었죠) 범인이 방송사 스튜디오까지 스스로 나오고 결국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영화 안에는 나오지 않았던 걸로 기억하지만, 포스터에선 주연인 정재영·박시후씨가 강렬한 눈빛을 쏘아대며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니가 이긴 것 같지?”
afero@kukimedia@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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