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은 제569돌 한글날이었다. 언론은 너나 할 것 없이 한글날 관련 보도를 내보냈다.틀리기 쉬운 한글 맞춤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 꿀잼(매우 재밋다)·갈비(갈수록 비호감)·버카충(버스 카드 충전을 줄인 말)·츤데레(속으로는 좋으면서 겉으로는 퉁명스럽게 대하는 태도를 뜻하는 일본어 표현) 등 세대 간의 대화를 단절케 만드는 신조어에 대해 다루는 기사도 나온다.
하지만 매년 이렇게 ‘지적’만 하고 변화의 결과를 보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유가 뭘까.
아기들은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수없이 듣던 ‘아빠’, ‘엄마’라는 말을 출생이후 눈으로 ‘엄마’, ‘아빠’를 확인하고, 냄새(엄마의 페르몬 동일화 현상)를 맡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엄마’, ‘아빠’라는 말을 세상에서 제일 먼저 말을 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신비롭고, 자식이 부모에게 처음 들려주는 ‘부모’에 대한 ‘사랑의 소리’인 것이다.
엄마라는 우리말에 ‘ㅁ(미음)’이 있고, 영어 ‘Mom(맘)’에도 ‘ㅁ’이 있고, 중국어 한자에도 엄마인 ‘母(어미 모)’에도 ‘ㅁ(미음)’이 들어가 있다. 이상하게도 엄마를 뜻하는 말에는 모두 ‘ㅁ(미음)’이 있다. 이 미음의 모양은 ‘네모’다. 네모는 위, 아래, 옆이 다 감싸진 안정적인 모양을 뛴다. 이렇게 안정적인 네모 모양은 엄마의 자궁이 태아를 보호하는 형태와 흡사하다.
그리고 아‘버’지에는 ‘ㅂ(비읍)’이 있다. 한자 ‘부(父)’에도 ‘ㅂ’이 있다. 그리고 영어 ‘f’ather의 ‘f’는 라틴어의 ‘pater’의 파열음 계열의 우리말 ‘ㅂ’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엄마에서 공통되는 ‘ㅁ’과는 달리 아버지에서 공통되는 ‘ㅂ’은 미음 위로 곧게 두 개의 선이 세워져 있다. 이것은 마치 엄마의 ‘ㅁ’ 모양의 태에서 10개월을 잘 보호한 후에, 아버지가 태어난 아이의 생각과 몸가짐의 본을 보여 아이가 잘 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의미하는 ‘ㅂ’의 모습처럼 보인다.
상담을 하다보면 예비 아빠들이 이런 말을 많이 한다.
“아내가 아이를 임신하고 있어서 저는 아이한테 해줄게 없어요. 차라리 제가 임신해서 아이를 느끼고 싶어요. 부성애를 더 확실하게 느끼고 싶어요.”
잘못된 생각이다.
부모가 태내 속 아이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것 중에 ‘소리’가 있다. 이 소리는 주파수라는 방식으로 전달된다. 즉 파동과 떨림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태내에 있는 아이는 엄마의 목소리 보다 아빠의 낮은 목소리 주파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몸은 엄마의 태에 있지만 실제로 아빠의 목소리가 얼마나 건강하냐가 중요하다. 건강하지 못한 주파수와 욕설과 같은 부정적인 파동은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게 된다.
언어를 관장하는 뇌는 좌뇌이다. 이 좌뇌의 앞은 말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브로카(Broca)가 있고, 뒤에는 듣는 영역을 담당하는 베르니케(Wernicke)가 있다. 특히 이 듣는 영역에 문제가 생기면 실어증(aphasia)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듣는 영역의 문제는 말하는 영역의 문제로 연결된다. 더군다나 말하는 영역인 브로카 영역 가까이에 감정을 다루는 영역이 있기 때문에 말을 하려고 하면 감정도 같이 깨져서 발성이 눌려서 되거나 힘이 들게 되는 것이다.
사실 아기들은 ‘모국어’를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모설어’와 ‘부설어’를 습득하는 것이다.
모국어는 ‘엄마(모)’의 ‘국가(국)’의 ‘언어(어)’를 뜻한다. 이런 개념이라면 다문화에 해당하는 아이들은 엄마의 국가가 다른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 국가의 언어인 모국어를 습득한다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틀린 말이다. 엄마의 국가와는 상관없이 엄마가 하는 말을 듣고 익히는 것이기 때문에 엄마(모) 혀(설)의 언어(어)인 ‘모설어’라고 하던가 아니면 아버지(부) 혀(설)의 언어(어)인 ‘부설어’를 익힌다고 하는 것이 맞는 것이다.
부모의 입을 통해 아이들에게 전달되는 감정과 느낌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달돼 성장하면서 올바른 우리말을 사용하는데 적용될 것이다. 자녀들의 비속어와 부적절한 우리말 사용에 대해서 한탄하기 이전에 부모들의 지속적인 긍정의 언어전달이 먼저라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새는 스스로가 하늘에 살고 있는 것을 의식하지 않는다. 물고기도 바다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는다. 우리 인간도 매 순간 사회 속에서 살아가지만 사회를 의식하며 살지는 않는다. 새는 하늘을, 물고기는 바다를, 인간은 사회를 의식하는 순간 ‘자기’가 보인다.
우리는 한글날만 되면 ‘우리말’ 또는 ‘한국어’에 대해 의식한다. 하지만 한글날은 좀 쉬고, 이날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날에 절대긍정의 우리말을 사용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그래야 아래세대는 윗세대를 존중하고, 윗세대는 그나마 남아있는 자존심이라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건축이 다양화된다고 해서 건물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 안에 사는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 어떠한지를 봐야하는 것처럼, 국가의 흐름과 변화 역시 겉모습의 발전에 집중하기 보다는 국민의 정서가 어떤지 집중해야 할 것이다.
한글날만 되면 대통령도 총리도 ‘언어 순화’를 부르짖는다. 그런데 그들이 평소에 뱉는 말들은 어떤가.
국가의 가장이고 부모 역할을 해야 하는 정치인들이 오히려 아이들처럼 말하고 행동한다면, 국민들은 그런 ‘갈비(갈수록 비호감)’ 정치인들에게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고답(고구마 100개 먹은 것처럼 답답하다)이라고 느낄 것이다.
이재연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학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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