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대형 제약회사의 법무팀장이 돼 축하 회식을 하던 날, 아내가 강도살인사건으로 죽었다. 술자리 때문에 받지 않았던 아내의 전화를 받았더라면 아내는 죽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을 가진 변호사 고동호(손현주)는 그날 이후 제약회사에도 가지 않고 1년 동안 민간변호사로 지낸다. 딸도 있으니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회사에 출근하자고 마음먹은 날은 바로 아내가 죽은 1년 전 그 날. 출근하던 고동호에게 한 통의 전화가 온다. 1년 전 그날 아침, “차 키 어디다 뒀어?” 라고 묻던 그대로.
‘더 폰’은 스릴러 영화를 표방하지만 그 모티브는 ‘타임 리프(Time Leap)’다. 몸과 정신이 모두 시간을 이동하는 ‘타임 슬립(Time Slip)’과 의식 혹은 정신만이 시간을 이동하는 ‘타임 리프’를 흔히 혼동하지만 ‘더 폰’은 이 지점을 분명하게 짚어내며 독특한 타임라인을 구성해낸다. 1년이라는 시간 사이를 이동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아내와 고동호의 목소리뿐이다. 서로의 목소리를 교환하며 두 사람 사이의 시간차를 알아내고, 살인사건의 범인을 추적해나가는 과정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고동호는 1년 전의 아내를 도울 수 없고, 아내 연수(엄지원)또한 1년 후의 남편의 목소리에만 의지해 곧 죽을 자신의 운명을 바꿔야 한다.
흔히 스릴러 영화에서 범인의 존재는 베일에 가려져 맨 마지막에나 드러나지만 ‘더 폰’은 범인의 정체에만 의지하는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범인을 초반에 드러내고, 살인사건을 완결하려 애쓰는 도재현(배성우)까지 세 사람의 타임라인을 누비며 역사가 바뀌는 과정을 조명한다. 본래 오후 6시 경에 죽었어야 할 아내는 1년 후의 남편에 의해 10시가 넘어서까지도 살아 살인사건의 증거를 보전한다. 살인사건이 미수가 될 미지의 가능성을 위해서다. 세 사람 모두 우리 곁에 항상 있는 평범한 사람들 중 한 명이기에 이 범인(凡人)들의 분투는 관객에게 더 가깝게 다가온다.
‘믿고 보는’ 손현주라지만 이제는 ‘볼 수밖에 없는’ 손현주라고 표현해야 할 정도로 손현주는 114분 내내 쉴 틈 없이 실감나는 연기를 전개한다. 타임라인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면 영화가 어려워지기 십상인 타임 리프물이지만 장면마다 온도차가 극명한 손현주의 열연은 ‘더 폰’을 쉽고 실감나게 만들어준다. 선한 얼굴의 배성우는 눈물나게 무섭지만 딸에게만은 다정한 도재현 역을 십분 소화해냈다. 22일 개봉. 15세가.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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