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악플 네티즌 무더기 고소’ 최근 자주 눈에 띄는 기사 제목입니다. 과거에는 온라인상에서 무심코 적은 댓글로 인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당연한 수순처럼 네티즌을 고소하는 일이 늘어났습니다. 악성 댓글을 다는 네티즌도 문제지만 점점 늘어나는 네티즌 고소는 문제가 없는 걸까요.

지난 28일 경기도 고양경찰서는 배우 정운택이 법률대리인을 통해 자신에 대해 악성 댓글을 단 네티즌 50명을 모욕죄로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정운택이 고소한 댓글이 처벌 대상이 될 만한 수준인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정운택이 대리기사 폭행 혐의로 2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가해자라는 점입니다.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돌변한 것이죠.

논란을 일으킨 당사자가 네티즌들을 무더기 고소하는 일은 이전에도 다수 있었습니다. 지난 7월 태연은 SBS ‘인기가요’ 무대에서 무성의한 태도를 보여 논란이 커지자 악성 댓글을 다는 네티즌을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죠. 당시 태연은 “오래 전부터 심한 악플 때문에 저희 가족부터 주변 지인들까지 심하게 상처 받고 팬 여러분께도 큰 상처를 주는 일이 많았다”며 “몇 달 전 소속사와 상의 끝에 악의적인 글들과 사진 자료를 이미 다 수집하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강용석 변호사와 불륜 스캔들로 이슈가 된 ‘도도맘’ 김미나 씨는 지난달 본인 관련 글에 악성 댓글을 작성한 네티즌 69명을 모욕 혐의로 고소한 데 이어 지난 29일 30건의 아이디를 추가 고소했습니다. 강 변호사 역시 지난달 자신에 대해 악성 댓글을 단 200여명을 모욕 혐의로 고소한 바 있습니다.

악의적인 인신공격과 근거 없는 루머를 퍼뜨리는 악성 댓글에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대중의 지지를 받기도 합니다. 배우 김가연이 대표적이죠. ‘고소의 여왕’으로 불리는 김가연은 검사가 잘 읽지 못할 정도로 입에 담기 힘든 악의적 댓글에 대해 선처하기보다는 강경하게 대처해 오히려 많은 네티즌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평범한 악성 댓글은 참겠지만 가족과 관련된 댓글은 참을 수 없어 하나하나 고소하기 시작했다”는 김가연은 수년간 IP주소 추적 프로그램까지 활용해 사이버수사대에 의뢰해온 것으로 알려졌죠.

하지만 부작용도 있습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시 “민간 잠수사들이 배 안의 생존자와 교신했다”는 언론 인터뷰로 논란을 일으켰던 홍가혜 씨는 지난 4월 자신을 모욕했다며 네티즌 800여명을 고소했고 이중 상당수가 200~500만 원으로 합의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약식 기소된 이들은 10명에 불과했고 39명은 기소 중지, 6명은 혐의 없음, 33명은 각하, 100여명은 기소 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지난 4월 대검찰청 형사부는 합의금을 노리고 다수의 네티즌 등을 모욕 혐의로 고소한 뒤 협박하거나 높은 금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경우 형법상 공갈죄나 부당이득죄가 적용될 수 있음을 밝혔습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눈물을 흘리며 잘못을 호소한 네티즌을 선처해준 적도 있지만 나간 후에 또 다시 악성 루머를 올리는 이들도 있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거나 신고, 소환 조사 등의 강력한 조치가 취해지면 스스로 문제가 될 만한 내용들을 지워 추가적인 루머가 양산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강경 대응에 나서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현재로서는 법적 대응 말고는 악의적 댓글에 대한 대처 방안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고소로 네티즌을 몰아붙이는 것이 항상 옳은지도 생각해볼 일입니다. bluebell@kukimedia.co.kr

[쿠키영상] '말도 손짓도 필요 없다' 건널목 할아버지를 지켜주는 경찰의 발걸음

[쿠키영상] '폭우가 만든 기적'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칠레 사막이 분홍빛 꽃밭으로

[쿠키영상] 유빈-전지윤, 효린-키디비, 트루디-헤이즈, 예지-수아, 캐스퍼-엑시 한 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