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의 플롯은 간단하다. 악령에 들린 소녀를 구하기 위해 한 사제와 한 부제가 구마의식을 치른다. 얼핏 보면 당황스러울 정도로 군더더기가 없는 이 영화에는 악마가 나오고, 가톨릭 의식이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호불호가 갈릴 공산이 크지만 그래서 ‘검은 사제들’은 미스터리·판타지 등의 장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반가울 영화다.
6개월째 악마에 들린 소녀 영신(박소담)의 구마를 행하는 중인 김신부(김윤석)는 벌써 구마의식을 돕던 부제를 열 명도 넘게 떠나보낸 참이다. 호랑이띠라야 강력한 악마를 쫓아내는 데 힘이 될 수 있지만 이미 해당 조건에 맞는 부제는 다 김신부를 거쳐 갔다. 결국 막 서른이 된 86년생, 신학교 7학년에까지 손을 뻗는다. 신학교의 문제아 최부제(강동원)는 여름 합창 대회 준비를 빼먹기 위해 구마의식에 합류하지만 김신부가 트라우마를 건드리자 발끈한다. 손발 안 맞는 두 사람이 영신을 구해내기 위한 하룻밤은 시작부터 치열하다.
본디 26분여의 단편영화 ‘12번째 보조사제’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간단한 플롯 위에 다양한 감정을 쏟아냈다. 엑소시즘 하면 한국에서는 무당이나 부적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장재현 감독은 철저하게 가톨릭 기반의 엑소시즘을 스크린 위에 올렸다. 다만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푸는 방식은 과히 한국적이다. 깡패 같은 신부, 문제아 신학생은 여고생에게 빙의된 악마로 인해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직면한다. 도망쳤다가 다시 돌아오는 최부제를 보고 관객이 느끼는 감정은 카타르시스보다는 안타까움이다. 아무도 모르는 장소에서 아무도 모르는 희생을 치르려는 세 사람은 배우 김윤석의 말처럼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인간상이다.
김윤석이 연기한 김신부는 한국 영화들에서 수없이 그려진 전형적 캐릭터지만 역설하면 그만큼 한국 사회가 김신부같은 인물을 원한다는 반증이다. 크랭크인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강동원의 사제복은 스크린에서 보면 웃음이 나온다. 우스워서가 아니라 순수하게 좋아서다. 강동원의 연기는 뛰어난 외모 때문에 외면당하는 경우가 잦지만 ‘검은 사제들’의 그는 저평가될 여지도 없다. “하도 칭찬해서 이제는 내가 헛소리 하는 사람 될까봐 칭찬을 아끼고 싶다”라고 김윤석이 박소담을 칭찬했지만 ‘검은 사제들’을 보면 결코 과찬은 아니다. 박소담은 올 한해 어쩌면 가장 많은 스크린에 비친 여배우지만 매번 다른 캐릭터와 무서운 연기력에 “더 나와 달라”고 요청하고 싶어진다. 5일 개봉. 15세가.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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