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현섭, 정진용 기자] 친구였다가 한 명은 살인 피의자, 한 명은 증인이 됐다. 그리고 18년이 지나 살인 피의자였던 친구가 증인으로, 증인이었던 친구가 살인 피의자가 돼 법정에서 재회했다.
‘이태원 살인사건’ 현장에 있었던 아더 존 패터슨(36·사진)과 에드워드 리(36)가 18년 만에 4일 법정에서 다시 만났다. 한때 어울려다닌 친구였지만 가벼운 인사나 아는 체하는 몸짓도 없었다.
두 사람은 서로 상대방이 범인이 주장하고 있을 뿐, 1997년 4월 3일 밤 이태원의 한 햄버거가게 화장실에서 벌어진 ‘살인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
4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 오전 공판이 끝난 후 오후 2시쯤
건장한 체구에 검은 정장을 입은 리가 별도의 통로를 통해 법정에 들어섰다. 순간 취재진, 재판 참관객들의 시선은 일제히 법정 오른쪽의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패터슨을 향했다.
하늘색 수의를 입은 패터슨은 정면에서 걸어오는 리를 보는 순간 그대로 시선을 고정했다. 그리고 한동안 리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리는 처음엔 패터슨을 보지 않았으나 조금 지나 쳐다보기도 했고 이내 시선을 거뒀다.
리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심규홍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패터슨의 첫 공판에 사건 현장의 목격자로 나와 검찰과 변호인의 신문을 받았다.
그는 신문에 앞서 재판부에 “영어로 증인신문을 진행해 달라”고 요청한 뒤 영어로 진실만을 말하겠다는 증인선서를 했다.
리는 재판장이 “자리에 앉으라”고 하자 통역이 말을 전하기도 전에 곧바로 증인석에 앉았고, 검찰이 “수사와 지난 재판과정에서 증인과 피고인 모두 둘 중 한사람이 피해자를 칼로 찔렀다고 진술하는데 아직도 동일한 입장인가”라고 묻자 “난 패터슨이 피해자 조중필씨를 찌르는 것을 봤다”고 대답했다.
‘화장실을 떠나기 전 목격한 피해자의 모습이 어땠느냐’는 질문의 대답이 구체적이지 않다고 검찰이 지적하자 스스로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으로 자신의 목을 잡으며 당시 피해자의 모습을 재연하기도 했다.
패터슨은 증거 사진이 나오는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거나 이따금 방청석을 보다가도 리가 답변할 때면 몸을 돌려 그가 진술하는 모습을 뚫어지게 지켜봤다.
이날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본 리의 아버지는 패터슨 측 변호인이 자신의 아들을 신문하면서 ‘부모님이 순수한 한국인이냐’, ‘부모의 직업이 무엇이냐’ ‘아버지가 한국에서 사업해 돈 번 것이냐, 미국에서 번 것 이냐’ 등 가족사를 묻자 “컴온(come on)” “아이 진짜!”라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afero@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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