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형 내거] 4인조 에프엑스가 설리의 그림자를 지우는 방법

[이 형 내거] 4인조 에프엑스가 설리의 그림자를 지우는 방법

기사승인 2015-11-05 11:40:55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설리 없는 에프엑스’ 지난달 27일 걸그룹 에프엑스(f(x))의 컴백을 알리는 대부분의 기사에 따라 붙은 표현이다. 지난 8월 7일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멤버 설리의 탈퇴를 공식 발표하며 마치 예견된 수순이라는 듯 담담하게 에프엑스는 4인조로 활동을 이어나간다고 밝혔다. 새 멤버 영입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무려 6년이었다. 에프엑스는 2009년 9월 데뷔한 이후 6년 간 5인조로 활동해왔다. 에프엑스에서 설리는 ‘예쁨’을 담당하는 ‘병풍’ 같은 존재가 아니었다. 웹진 아이돌로지의 편집장 미묘는 “설리는 에프엑스가 가진 정체성의 출발점이자 마스코트였다”며 “탁월한 보컬리스트는 아니었지만 “‘피노키오’의 “꼼짝 마라 너”와 ‘일렉트릭 쇼크(Electric Shock)’의 “의사 선생님, 이거 뭔가요”처럼 그의 음색과 캐릭터만이 가능한 가사들을 가장 귀에 박히게 노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제 설리는 없다. 에프엑스는 이번 앨범에서 ‘설리 없이’ 그들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했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설리의 공백을 다른 멤버가 대체할 수도 있고 이전과 완전히 다른 콘셉트의 그룹으로 재탄생할 수도 있었다. 다른 걸그룹들이 그랬듯 섹시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워 성숙함을 강조할 수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지난해 같은 소속사에서 데뷔한 걸그룹 레드벨벳과의 차별화도 의식해야 했다.

에프엑스는 자신들에게 주어진 과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돌파했다. 네 멤버로 구성된 그룹 이미지를 강조한 데 이어 이전보다 성숙하고 고급스러운 음악과 콘셉트를 들고 나온 것이다. 정규 4집 앨범과 타이틀곡의 이름이 ‘포 월즈(4 Walls)’인 것을 시작으로 에프엑스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넷의 완전성을 드러낸다. 흔한 군무 장면 한 번 등장하지 않는 타이틀곡 ‘포 월즈’의 뮤직비디오에서 네 멤버는 깨질 위기에 놓인 컵을 구해낸다. 개인의 스토리를 강조하기보다 네 멤버가 깨진 컵을 구하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내용이다.



새 앨범을 홍보하는 방식도 새로웠다. 하루에 하나씩 공개되는 멤버 티저 이미지를 움직이는 gif파일로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또 지난달 21~26일 서울 경리단길에 위치한 한 갤러리에서 전시회 ‘포 월즈 언 이그지빗([4 WALLS] AN EXHIBIT)’을 열기도 했다. 프로젝터로 4개의 벽면에 멤버별 영상을 비추는 전시를 통해 에프엑스는 곡명인 ‘네 개의 벽’을 실제로 구현했다.

에프엑스는 새 앨범이 공개된 직후 모든 음원 차트에서 1위에 오르며 성공적으로 4인조 체제에 안착했다. ‘포 월즈’의 무대나 뮤직비디오에서 설리의 공백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 단단해졌고 다음엔 뭘 보여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룹으로 다시 태어났다. 설리와 함께 보낸 6년 동안 다른 멤버들은 자생력을 갖추고 남을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예능에서의 친근한 이미지에 아티스트 이미지까지 더해진 에프엑스는 이제 또 뭘 보여줄 생각인 걸까. bluebell@kukimedia.co.kr

△ 코너명 : 자랑할 이, 형 형, 어찌 내, 횃불 거. ‘어둠 속 횃불같이 빛나는 이 형(혹은 오빠, 언니)을 어찌 자랑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라는 뜻으로, ‘이 오빠 내 거’라는 사심이 담겨있지 않다 할 수 없는 코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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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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